김숙이 아는 여자의 마음

2017.08.16 페이스북 트위터


최근 방영을 시작한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 첫 회에서 김숙은 여러 차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날 박혜진 아나운서가 선배에게 “춤과 노래는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털어놓자 김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99%가 여성 작가다. 대본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패널들이 모두 “걸 그룹 춤 하나는 춰야 한다.”며 박혜진 아나운서의 고충에 공감할 때, 김숙은 그것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는 아니라고 한 것이다.

김숙은 JTBC ‘님과 함께’에서 “남자가 어디 감히”, “남자는 조신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가부장적인 문화를 비꼬았고, 최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막내들이 자꾸 그만둔다. 나 때에는 그러면 프라이팬 날아왔다”며 고민을 상담해온 한 남성 셰프에게 “‘내가 옛날엔 이랬어.’ 이러는 것 자체가 꼰대다. 네 성격부터 고쳐보라.”고 말했다. ‘냉장고를 부탁해’ 측에서 해당 발언이 담긴 영상을 선공개하면서 ‘핵사이다’라는 표현을 썼을 만큼 김숙의 발언은 한국 사회의 불합리한 부분들을 맞받아치는 재미가 있다. 그가 ‘가부장숙’, ‘숙크러쉬’라는 별명을 얻으며 여성 예능인의 대표주자 위치에 서고, MBC Every1 ‘비디오스타’,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과 같은 여성 중심의 예능에 출연한 이유다. 그러나 그는 ‘뜨거운 사이다’에서 여성이 처한 첨예한 문제들을 다룰 때, 그것이 개인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곤 한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이 남성 위주로 짜인 것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공감하면서도 “(여성 예능인들이) 방송에서 날 안 써준다고 하지 말고, 개인이 방송을 만들어서라도 실력을 쌓으면서 자기 캐릭터를 만들어야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잡는다.”고 말한다. “여성 연예인들에게 애교를 강요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말에는 “(여성인) 나도 남자들에게 애교를 시킨다.”거나 “남성들이 내 애교는 싫어한다.”고 반박한다.

20년 동안 실제로 이런 문제를 겪은 당사자로서, 김숙의 발언은 그의 현실로부터 나온 결론이었을 것이다. 김숙은 TV에서 출연 기회가 줄어들자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만들어 화제가 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김숙의 활약에서 입증되듯, 기회만 부여되면 충분히 웃길 수 있는 여성 예능인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 역시 현실이다. 애교에 관한 발언 역시 그가 기존 남성들의 행동을 뒤집어서 웃길 수 있는 캐릭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의 발언에 다른 여성 패널들이 “애교는 남녀 문제가 아니라 권력 문제”라거나, “개인의 역량이 부족하고 너의 용기가 부족해서 안 된다고 하면 절대로 시스템은 발전할 수 없다.”고 반박한 이유다. 김숙은 성공한 여성 예능인으로서 자신이 느낀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사이다’를 느낀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경험 바깥에서, 왜 다른 여성들이 성공하지 못하거나 애교를 강요받는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동안 TV에서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이다’ 예능인에게 경험 밖의 세계가 앞에 왔다. 때로는 당황스러울 수도, 동의할 수 없을 수도, 그의 입장이 맞을 수도 있다. 다만 김숙이 아는 것보다 다양한 여성의 경험과 입장이 있는 것은 분명하고, ‘뜨거운 사이다’는 그것을 알 기회일 것이다. 그리고 ‘뜨거운 사이다’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CREDIT 글 | 박희아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