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상반기 YG의 승리자

2017.08.14 페이스북 트위터


최근 위너의 활동을 보면 한국에서 ‘남자 아이돌 그룹’이란, 혹은 ‘보이 밴드’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이들은 애초에 투표를 기반으로 하는 리얼리티 쇼, 심지어 한 팀의 데뷔가 곧 상대방의 좌절과 명징하게 교환되는, 쇼 비즈니스에서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모험의 생존자였다. Mnet ‘프로듀스 101’의 시대 이후에도 데뷔의 가치를 이보다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없다. 여기에서 데뷔는 재능과 자본 사이의 수평적 계약이 아니라, 선택을 받는 일이고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라는 브랜드, 혹은 약속의 가치가 클수록 그 선택 받음의 가격은 높고, 소년들은 더 많은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요컨대 이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아이돌의 풍경이다. 과거 많은 이들이, 지금도 잊을 만하면 나오면 ‘꼭두각시’라는 폄하의 시작점이다.

이 폄하는 창작 활동에서의 지분 확대, 다시 말해 ‘작곡/작사돌’이나 ‘저작돌’이니 하는 개념으로 극복되거나 돌파할 수 있는 것일까? 위너의 야심찬 데뷔 앨범은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각 멤버가 고루 참여한 결과물은 기대 이상으로 완성된 형태였고, 각자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좋은 음악, 혹은 음반은 ‘아이돌’ 이라는 개념과 상관없이 평가 가능한 일이다. 말하자면 외부의 기획이 존재하고, 아티스트가 그것을 실현하는 일에 집중한다고 해서 최종 결과를 예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아이돌’이라고 무조건 얕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에서 곡과 가사를 쓴다고 높게 평가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데뷔 앨범의 ‘척’은 당시에도 좋았지만, 지금은 예언처럼 보인다. 이 곡은 송민호와 강승윤의 취향에서 출발하지만, 앨범에서 기획의 존재감이 가장 큰 곡이다. 장르나 편곡 상에서 독특하거나, 색깔을 내고 싶어하는 욕심이 담겨 있지 않지만 이 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런데 위너를 흥미롭게 지켜본 것은 그 다음부터다. ‘EXIT’라는 이름의, (아마도) 연작의 유일한 작품은 데뷔 앨범의 축소판이면서, 멤버 각자의 취향이 얼마나 다른지는 더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 간극 덕분에 ‘철없어’에서 처럼 간간히 드러나는 소속사의 기존 색깔은 더 도드라져 보인다. 그리고 이 취향의 충돌 혹은 간극은 이 팀에게 유독 ‘보이 밴드’라는 단어를 골라 쓰게 만든다. 왜냐하면 보다 광범위한 음악 산업의 개에 맞는 팀은 한국 시장에서는 특이한 존재이고, 그래서 ‘남성 아이돌’ 말고 좀 더 표준적인 표현을 찾게 되기 떄문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하게 된다. 이 ‘보이 밴드’는 각 멤버와 멤버 사이, 그리고 멤버들과 회사 사이의 취향 차이가 결과물에 반영되는 아주 재미있는 팀이다.

그래서 멤버 축소 이후의 행보가 궁금했다. 그게 무엇이든 다를 테니까. 다만 그 결과가 ‘집중’이라는 형태를 취할 줄은 몰랐다. 신곡 ‘Love me Love me’와 ‘Island’는 간단히 말하면 ‘여름 팝의 최신 버전’이고, 팀의 사정을 생각한다면 멤버들의 취향과 회사의 기획 사이에서 접점이 생겼다. 싱글이라는 형태에 따르면 ‘그래서 한 곡이라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낳고, 이는 ‘타이틀이 무엇이냐?’ 보다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민을 한다고 해서, 아티스트는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회사는 그 옷에 좋은 원단과 테일러링을 투입하는 이상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위너는 한 번 잘했고, 그 다음에는 더 잘했다. ‘남자들을 홀리는 강력한 페로몬, 너 땜에 모든 남친들은 다시 (슬쩍 F를 끼워 넣으며) 외로워’ 같은 가사는 오디션 프로 1차 예선에서나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또 이 팀이 성립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분류 안에서 굳이 다시 보이밴드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 이유라면, 이번 위너의 앨범과 같은 결과물들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돌 그룹의 형태와 소속사의 기획, 그리고 계절에 어울리는 듣기 좋은 팝 음악에 대한 요구 사이에서, 기존의 기준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유형의 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위너가 YG엔터테인먼트가 2017년 상반기에 내놓은 결과물 중 가장 의미있는 순간을 만들어낸 것은, 그들의 데뷔 당시에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CREDIT 글 | 서성덕 (음악평론가)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