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YG의 첫 걸그룹처럼

2017.06.28 페이스북 트위터


걸그룹 블랙핑크의 ‘마지막처럼’은 익숙한 공식을 담는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내가 미처 몰랐던 2NE1 노래’ 같다. 다양한 장르를 분절적으로 담고, 사운드 소스를 중시한다. ‘리드미컬한 벌스와 상반되는 후렴구의 멜로디’라는 곡 설명은 멜로디 구간마다 어긋난 단층처럼 맞붙어 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충돌에 비하면 지나치게 무덤덤할 정도다. 하지만 블랙핑크가 데뷔 이후 보여주었던 고유한 요소를 버린 것은 아니다. 2NE1보다 한층 부드러운 태도를 담지만 보통의 걸그룹에 이르지는 않는 정서, ‘빠라바라바라밤’ 혹은 ‘오빠’처럼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터져 나오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듯한 ‘뜨악함’은 80년대풍 후렴이라는 조금은 덜 충격적인 형태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합쳐진 결과물은 말로 표현하거나 머리 속으로 예상하는 것보다 준수하다.


그래서 ‘마지막처럼’을 두고 나오는 상반된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는 2NE1의 몇몇 노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창법이나 포지션의 측면에서 두 그룹의 멤버를 맞춰볼 정도로 익숙함을 지적한다. 한편, 지금까지 블랙핑크가 발표한 노래 중 가장 대중적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YG 걸그룹의 성공이 2NE1 스타일의 충실한 재현에서 비롯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마지막처럼’은 ‘YG’의 아이돌 그룹 전략에서 빅뱅과 2NE1 이후를 말하는 시작처럼 보인다.


2NE1의 음악과 태도에서 각 멤버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때때로, 실은 언제나 외모와 스타일링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 이들의 개성은 음악적으로 차별화된 시도를 가능하게 했다. 덕분에 이들은 ‘YG 걸그룹’ 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를 생성하고 스스로 그 유일한 구성원이 되는 위엄을 누렸다. 산다라박에게 ‘예쁘고 발랄함’을 넘어 공격성을 갖춘 복잡한 캐릭터를 부여한 배경도 2NE1 이라는 팀이다. 빅뱅은 창작자로서 YG 레이블의 아이돌을 다른 존재와 구별 짓게 했다. 2NE1은 여기에 기존 아이돌에 대한 대안이나 반체제적인 아우라까지 덧붙였다. 그런데 비슷한 노래를 블랙핑크에 적용한다고 해서 ‘미모를 탑재한 2NE1’ 정도로 간단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룹 색깔에 맞는 정서적 완화는 당연한 조율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잘나가’와 ‘Ugly’를 동시에 부를 수 있던, 팀 자체에 내재하는 복합적인 스토리를 풀어낼 수는 없다.


결국 YG는 자신들이 차별화의 대상으로 여겼던 존재가 되기를 감수한다. 다시 말하면, ‘마지막처럼’은 ‘평범한 2NE1’ 또는 ‘이미 익숙한 2NE1’이 있을 수 있다고 알리는 노래다. 그래서 테디를 비롯한 YG의 걸그룹에 대한 창작력이 퇴보나 정체한다고 보지 않는다. ‘2NE1 같은 노래’는 죄가 없다. 대신 이 결정이 ‘휘파람’의 미니멀한 접근, ‘불장난’의 완성도 높은 EDM 이후라는 것이 흥미롭다. 두 곡은 음원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블랙핑크가 트와이스와 같은 걸그룹에 비해 접근 가능성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처럼’은 블랙핑크를 2NE1이라기 보단 2NE1이 활용했던 사운드 소스로 만든, 보다 다가갈 수 있는 팀으로 보이게 한다. YG는 마치 그들이 걸그룹을 처음 제작하는 것처럼 점진적인 궤도 수정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조정 결과로 ‘마 마 마지막처럼’이라는 귀에 걸리는 훅을 얻었다. 과연 YG는 이 ‘평범해지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CREDIT 글 | 서성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