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ragon 고별展│① 나야 나, 권지용

2017.06.13 페이스북 트위터


지 드래곤(이하 GD)의 새 미니앨범 ‘권지용’은 그의 두 번째 전시회의 일부처럼 보인다. 2년 전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가 현대미술가들이 그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냈다면, ‘권지용’이란 전시회는 GD 혼자 작업했다. 타이틀곡 제목 ‘무제 無題 Untitled, 2014’는 마치 미술품을 소개하는 표기법처럼 지어졌고, CD 대신 음악을 담은 USB 표면에는 GD의 손으로 직접 쓴 것처럼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다. 곡 제목, 음원사이트용 앨범재킷, 음반에 음악을 담는 방식까지, GD는 본명이자 자기 자신인 ‘권지용’을 현대미술 작품처럼 표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권지용’에 담긴 곡들의 가사가 ‘INTRO. 권지용 Middle Fingers-Up’처럼 개인적으로 거슬리는 사람들을 디스하거나, ‘Superstar’처럼 슈퍼스타로 살아가는 자신의 내면에 관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처럼 자신의 화려한 현재를 자랑하는 스웨그도 포함돼 있지만, ‘권지용’의 가사는 한 개인으로서 GD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면 ‘개소리’의 ‘내 패거리 개 떼거지 Get dirty 얘들아 불러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삼바 룸바 차차 룰라 사바 사바 꼬리를 쳐 흔들어’처럼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운 내용들을 던지든가.

빅뱅은 2년 전 컴백 후 더욱 슈퍼스타가 됐고, 멤버들의 군입대 문제로 팀 활동은 당분간 정지된다. 많은 사람들이 빅뱅, 그중에서도 GD에 대해 궁금해할 순간에 그는 자기 자신을 소재로 삼은 앨범을 내놓았다. 타이틀곡 ‘무제 無題 Untitled, 2014’에서는 랩이 아닌 노래만 했고, 편곡도 피아노 연주가 전부다. 뮤직비디오는 GD의 전신과 얼굴을 반복해서 보여줄 뿐이다. 그래도 ‘무제 無題 Untitled, 2014’는 음원차트에서 ‘지붕킥’했다. GD가 빅뱅의 유닛 GD&TOP의 ‘쩔어’에서 쓴 가사를 입증한 셈이다. ‘막 똥을 싸도 박수갈채를 받지’. ‘무제 無題 Untitled, 2014’가 ‘똥’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권지용’은 음악만으로 평가할 앨범이기보다 GD가 데뷔 후 11년 동안 만들어온 맥락과 지금 대중의 반응까지 포함된 퍼포먼스에 가깝다. GD가 30대와 군입대를 앞두고 제목도 없는 노래를 발표했고, 대중은 이 노래에 ‘하트’를 누른다. GD는 이 시점에 자신의 존재감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일을 했다.

그러나 타이틀곡으로도 거론됐던 ‘개소리’는 뜻을 알기 어려운 가사로 가득하고, 도입부에서 호기롭게 ‘개소리야’를 외치지만, 곡의 전개는 벌스와 브릿지를 거치며 착실하게 분위기를 띄운다. 이른바 ‘아무 말’에 가깝게 이어지는 정신없는 가사와 달리 곡으로서의 ‘개소리’는 훅의 신나는 비트까지 대중의 취향에 잘 부합한다. 그것이 문제는 아니다. 다만 GD는 ‘권지용’에서 자신을 세상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리고 ‘개소리’라는 말을 시원하게 내지를 만큼 도발적인 사람으로 묘사한다.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느끼고, 옛 연인을 잊지 못하며, 혼잣말로 어머니를 찾는다. 세상에 불만 많은 반골이지만 마음속에는 외로움이 있고, 어머니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싶은 슈퍼스타. 가깝게는 m.net ‘쇼미더머니’의 래퍼들, 멀게는 옛 록스타들까지 ‘Wild & Young’을 내세웠던 뮤지션들의 전형적인 캐릭터다. ‘INTRO. 권지용 Middle Fingers-Up’에서 GD는 시작부터 ‘평화 빼기 하나 모두 Middle fingers-up 엄지 검지 약지 새끼 접고 중지 세워’라며 듣는 사람에게 가운뎃손가락질을 한다. 하지만 타이틀곡은 옛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보편적인 단어들로 담은 ‘무제 無題 Untitled, 2014’다. 이 곡을 통해 세상엔 삐딱하면서도 가슴에는 아련한 그리움이 있는 멋진 반항아 캐릭터가 완성된다. GD는 ‘권지용’에서 대중에게 마치 ‘똥’을 쌀 것처럼 나서지만, 대중이 봐 왔던 GD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GD 자체가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 GD는 늘 대중에게 솔직하고 때론 위악적이면서도 멋진 캐릭터여야 했다. ‘권지용’에서 GD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은 지금까지 그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방법을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GD는 ‘One of a Kind’에서 자신에 대한 스웨그를 심포니라고 해도 좋을 거대한 스케일로 표현했다. 앨범 ‘Coup d’etat’에서는 ‘늴리리야’나 ‘R.O.D’ 같은 곡에서 사운드로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며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연결하는 자신의 독특한 위치를 증명했다. 반면 ‘권지용’은 몇몇 부분의 도발적인 가사를 제외하면 음악적인 새로움이나 기술적인 야심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한국에서 가장 잘 쓸 수 있는 슈퍼스타로서의 삶도 ‘곡 작업 밀린 광고 촬영 세계를 투어 다녀’ 같은 평이한 묘사에서 그친다. 테마를 잡는 기획력은 좋지만 상상력과 야심은 딱히 느껴지지 않는 인기 작가 같다. ‘젓가락 행진곡’에서 영감을 얻어 가운뎃손가락을 드는 욕과 함께 ‘손가락 행진곡’을 전개하며 메시지와 음악적 재미를 재치 있게 결합한 ‘INTRO. 권지용 Middle Fingers-Up’의 훅만이 예외다.

다만 GD의 의도와 별개로, ‘권지용’이 지금 그의 현재를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GD는 지난 11년 동안 쉴 새 없이 달려왔고, 빅뱅 컴백 후에는 쉬지 않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활동했다. 30대와 군입대 이후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들여야 한다. 빅뱅의 노래처럼 ‘에라 모르겠다’며 질러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슈퍼스타는 그래도 대중이 음원을 플레이리스트에서 빼버릴 만큼 막 나가는 선택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중의 마음을 붙잡아놓은 채 ‘INTRO. 권지용 Middle Fingers-Up’ 가사처럼 자신을 흉내내 행사를 뛰거나 욕했던 사람을 대놓고 디스한다. 슈퍼스타라고 하기엔 어딘가 쪼잔해 보인다. 가사에는 ‘아무 말’ 같은 말장난들도 가득하다. 그러나, GD는 여전히 그럴듯하다. 이거야말로 ‘구름을 가르고 다가온’ GD의 재주 아닌가.

CREDIT 글 | 강명석
디자인 | 전유림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