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시즌 2’, 팬덤의 모든 이면

2017.06.09 페이스북 트위터


최근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이하 101 시즌 2)’는 온갖 사건사고로 가득하다. 브랜뉴뮤직 소속 연습생 임영민이 ‘101 시즌 2’에 출연하기 직전에 여자친구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소문이 퍼졌고, 소속사 측은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해명했다. 김사무엘의 소속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는 악성 댓글을 작성한 이들을 사이버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이 외에도 큐브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 라이관린과 유선호가 방송 촬영 기간 도중에 놀이공원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하는 팬들까지 있었다. 블레싱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레싱) 소속 연습생 임우혁은 자신이 하지도 않은 발언 때문에 역시 비난을 받으며 일찌감치 탈락의 길을 걸었다. 이 프로그램의 팬덤 중 일부는 이렇게 데뷔도 하지 않은 연습생의 사생활을 가지고 사활을 건 여론전을 펼치고, 자신이 원하는 연습생을 상위권에 올리기 위해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101 시즌 2’는 그동안 불투명하게 마주했던 아이돌 팬덤의 온갖 해묵은 병폐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있다.

임영민과 라이관린, 유선호의 사례는 아이돌의 사생활에 대해 과도하게 파헤치고 간섭하려 드는 한국 아이돌 팬덤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임우혁과 김사무엘의 사례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지닌 추측성 정보를 유포하고 소위 ‘악플’로 불리는 인신공격성 댓글을 퍼부어 경쟁자를 떨어뜨리려 노력하는 팬덤 일부의 악한 면모를 방증한다. 한국 아이돌 팬덤 한편에 늘 존재해온 어두운 면들이 ‘프로듀스 101’의 화제성과 만나며 미디어를 통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을 데뷔시키기 위해 타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어떻게든 깎아내린다. 한 인기 연습생의 팬 A는 “왜 이렇게 팬덤 간에 싸움이 격렬히 일어나는 것 같냐”는 질문에 “I.O.I 잘되는 거 보고 그렇게 성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래서 서포트도 하고, 트위터로 영업도 한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연습생과 관련해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리트윗한다. 경쟁이니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애정과 집착을 모두 허용하는 ‘101 시즌 2’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형식을 취하면서 팬덤을 한층 부추긴다. 11명을 선택할 때만 해도 마음의 여유가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인원이 차츰 줄어들면서 마지막에는 내가 응원하고 싶은 단 한 명의 연습생만을 골라야 한다. 방송이 회차를 더해갈 때마다 상위권 연습생들을 향한 비방, 인신공격이 격화되었던 것은 이런 투표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이 정식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연습생이라는 점 또한 팬들에게는 중요한 유인이다. 한 아이돌 그룹 홈 마스터 B는 “현재 인기가 있는 연습생들 사진을 구입하려면 40, 50만 원에서 많게는 90만 원씩 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데이터를 사려고 매달리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연습생들이 데뷔하고 나면 그 이득이 돌아올 걸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돈을 번다는 차원에서 이득이라는 게 아니다. 지금부터 연습생에게 서포트를 하고 인증을 받으면 팬들 사이에서 저절로 영향력을 갖게 되는데, 그럼 데뷔 후에도 자기가 제일 잘나가는 홈 마스터가 된다. 아이돌과 회사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연습생 시절부터 차근차근 함께 커나가는 팬덤은 일견 이상적인 서사를 쌓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팬덤을 주도하는 사람들 중에는 ‘누가 먼저 아이돌과 가까워지느냐’, 즉 ‘누가 가장 아이돌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를 따지기도 한다. ‘101 시즌 2’는 아이돌 팬덤 내에 존재하는 권력 구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01 시즌 2’의 팬덤 구성원들이 전부 최종 11인이 꾸리게 될 팀의 팬이 될 리는 없다. 하지만 시작부터 극렬하게 상대를 비방하고 끌어내리며 만들어진 팬덤의 성향은 어디서나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11인에서 탈락해 각자의 기획사에서 데뷔하게 될 연습생들도 비슷한 성격을 지닌 팬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팬덤의 성향은 집단을 유지시킬 아주 강력한 원동력이 됨과 동시에, 그만큼 팬덤의 부정적인 면이 과거보다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 팬덤은 이제 부끄러운 이면을 바깥에 드러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고, ‘101 시즌 2’는 이를 장려한다. 결과적으로 기존 아이돌 팬덤에서도 버려야 할 병폐로 인식돼온 것들이 오히려 아이돌 팬덤의 이미지로 공고해진다. 스스로 여는 ‘헬게이트’란 이런 것일까.

CREDIT 글 | 박희아
디자인 | 전유림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