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영, 물 만난 언니

2017.05.24 페이스북 트위터


한채영이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2’에 처음 등장했을 때, 동료들이 입을 모아 던진 질문은 “한채영이 왜?”였다. 170cm가 넘는 키에 조막만 한 얼굴을 가진 한채영은 그동안 이른바 ‘여신’에 가까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고, 걸그룹은 물론 예능 활동 자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채영은 ‘언니들의 슬램덩크 2’에서 이런 이미지와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데뷔 이후 처음 노래와 춤에 도전하는 것”이라면서도 당당하게 ‘센터’를 자청하는 그의 자신감과 해맑은 성격은 의외의 재미를, 도도한 외모와 달리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노력하는 모습은 인간적인 매력을 전달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맞지’ 무대에서 한채영은 바라던 센터는 아니지만, ‘있잖아, 나 오랜만에 물 만난 것 같아’라는 킬링파트를 맡아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 가사처럼, ‘언니들의 슬램덩크 2’에서 한채영은 정말 오랜만에 물 만난 것처럼 보인다.

프로듀서 앞에서 최신가요를 몰라 “나는야 케첩될 거야~”, “나는 나는 불도저”라는 동요를 부르면서도 한껏 흥이 나고, 첫 댄스 레벨 평가에서 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받고도 “7명 중 5위를 했다는 건 기적 아닌가요?”라며 기뻐하는 사람. 제작진들이 ‘한없이 투명하다’는 자막으로 표현할 만큼, 한채영은 솔직하고 단순한 성격을 보여준다. 하지만 데뷔 17년 동안 작품을 통해 이런 그의 매력이 드러났던 경우는 드물었다. 한채영이 확실한 주연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05년 KBS ‘쾌걸춘향’이었다. 스스로 “내 성격과 가장 비슷하다”고 평가했던 드라마 속 캐릭터 ‘성춘향’은 동명의 고전과는 달리 불의를 참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나갔다. 이후 SBS ‘온리 유’, MBC ‘불꽃놀이’ 등에서도 씩씩한 청춘을 연기했지만, 2007년 결혼과 2010년 출산 이후 한채영에게 주어진 것은 상속녀, 대통령의 딸, 파티플래너, 여배우, 누군가의 첫사랑 등 성격보다는 화려한 외모가 부각되는 배역들이 대부분이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2’에서 한채영은 결혼 이전에 자신이 보여준 모습들을 다시 보여준다. 댄스 평가에서 씨스타 의상까지 준비했지만 하이힐 때문에 미끄러지자, 신발을 벗고 다시 도전하고 보컬 레슨에서는 제자리걸음인 실력에 지쳐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선생을 붙들고 “조금만 더 가르쳐주시면 안 돼요?”라며 매달린다. 멤버들을 위해 일주일간 연습한 파스타를 선보이지만 양 조절에 실패해 ‘파스탕’이라는 놀림도 받는다. 외모가 주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처음 한채영을 보고 말을 더듬었던 홍진경과 “예쁘긴 예쁘다”며 감탄하기 바빴던 김숙의 태도는 한층 편해졌고, 동갑내기 강예원과는 ‘구멍쓰’로 묶이며 친구가 됐다.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외모로만 이미지가 결정되던 배우가 여성들의 관계가 부각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가 미처 몰랐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기회만 주어진다면 말이다.
CREDIT 글 | 서지연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