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본 ‘K-’란 도대체 뭘까

2017.05.11 페이스북 트위터
뉴욕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국인이 없는 K-POP 아이돌’이 데뷔했고, 내한 스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가락 하트’를 날리며, 서울을 배경으로 한 미국영화에는 ‘신라면 포스터를 붙인 일본 술집’이 떡하니 등장한다. 이쯤 되면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K’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본래의 ‘한국적’이라는 뜻 외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는 듯한 ‘K’의 실체를 분석해봤다.



K-POP
지난 4월 한국에서 데뷔한 EXP EDITION은 K-POP이 국적을 초월한 장르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다. 2015년 뉴욕에서 먼저 데뷔한 이들은 각기 다른 국적의 멤버들로 구성된 ‘한국인이 없는 K-POP 아이돌 그룹’으로, 한국 데뷔곡인 ‘FEEL LIKE THIS’ 뮤직비디오는 이러한 콘셉트에 맞게 K-POP 아이돌의 뮤직비디오 클리셰를 그대로 재현한다. 도입부에서는 ‘비주얼’을 담당하는 ‘센터’의 얼굴을 줌인, 줌아웃으로 공들여 비추고, 어디선가 하나둘씩 모여든 멤버들은 대형을 갖추고 걸어가다 빨라지는 BPM에 따라 빛을 향해 뜀박질을 시작한다. 장면이 바뀌어 폐공장에 들어선 멤버들은 총천연색 연막탄을 휘두르며 춤을 추거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깃털 사이로 매력적인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처럼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통해 ‘소년미’를 강조하고, 각각의 얼굴을 각인시키듯 보여주는 장면들은 미소년 이미지와 멤버들의 캐릭터를 중시하는 K-POP 아이돌 뮤직비디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연출이다. 하지만 익숙한 연출과 상반되는 다소 어색한 한국어 발음과 이국적인 외모는 묘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며, EXP EDITION의 유튜브 채널에는 여전히 이들의 ‘정체성’을 둘러싼 해외 K-POP 팬들의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이들이 뉴욕에서 발표한 첫 싱글 ‘LUV/WRONG’은 해외 K-POP 팬들로부터 “K-POP 아이돌이라면서 한국어 가사는 10%밖에 안 된다”, “번역기가 노래하는 것 같다”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K-ATTITUDE
내한 스타들은 끊임없이 얼마나 한국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평가받는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들에게 “두 유 노 강남스타일?”, “두 유 노 김치?” 같은 질문을 받았던 것에 비해, 지금은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한국식 애정 표현’이 요구된다. 2016년 영화 ‘독수리 에디’ 홍보 차 한국을 방문한 휴 잭맨과 태런 에저튼은 일정 내내 미심쩍은 표정으로 ‘손가락 하트’를 선보였으며 같은 해 한국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 역시 홍보를 위해 내한했던 리암 니슨은 60세가 넘은 나이에 트와이스의 ‘샤샤샤’를 소화해야 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영화 ‘공각기동대’ 기자회견에서 국내 취재진이 스칼렛 요한슨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스칼렛 요한슨이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라면 할 수 있다”고 재치 있게 응수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내한 스타가 한국의 정치 상황까지 미리 알 것을 기대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지난 4월 방한한 콜드플레이처럼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맞춰 공연에서 멤버 전원이 노란 리본 배지를 착용하고 추모 퍼포먼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 이러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K-STEREOTYPE
1990년대 후반부터 외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국을 배경으로 삼거나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한국의 이미지’는 다소 부정적이었다. 1998년 개봉한 영화 ‘택시 1’에서 한국인들은 트렁크에서 잠을 자며 2교대로 일하는 캐릭터였고, 2004년 방영을 시작한 미국 드라마 ‘로스트’는 한국인 배우 김윤진이 출연했음에도 서울의 모습을 아시아 여러 국가의 60년대 풍경을 뒤섞어놓은 것처럼 묘사했다. 최근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국은 예전처럼 미지의 땅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나 최근 개봉한 ‘콜로설’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풍경은 대도시다. 그러나 ‘콜로설’에서 한국의 밤거리는 그저 술집과 지저분한 입간판,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모습 정도로 그려지고, 미국에서 촬영한 서울의 장면들은 ‘장난감 상점’이라는 커다란 간판을 달거나 일본식 선술집에 신라면 포스터를 붙여놓은 이상한 모습이다. 


K-MANIA
한국과 관련된 영상 중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키워드는 ‘K-POP’과 ‘KOREAN FOOD’로, 그중 ‘K-POP REACTION’ 영상에서는 K-POP을 접한 외국인들의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 업로드된 영상들의 경우 K-POP을 처음 접하고 당황스러워하거나 무작정 열광하는 영상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NON KPOP FAN’, ‘FIRST TIME’, ‘MASHUP’ 등의 키워드가 추가돼 비교적 세분화된 리액션을 볼 수 있다. 또한 K-POP 뮤직비디오를 본 클래식 전공자들의 리액션을 담은 ‘ReacttotheK’에서는 아이유의 ‘분홍신’, 동방신기의 ‘Something’ 등 재즈풍의 K-POP이 얼마나 놀랍고 근사한지를 설명하는 등 점점 더 세분화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KOREAN FOOD’를 다루는 유튜버들은 ‘불닭볶음면’이나 ‘엽기떡볶이’를 먹는 것을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도 하고, 국내에서 ‘영국남자’로 소개된 조쉬는 치킨처럼 원래 한국 음식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음식을 ‘한국식’으로 소개한다. 지금까지 해외에 알려진 한국이 아닌, 지금 한국의 다양한 문화들을 실시간에 가깝게, 매우 자세하게 소개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K-SURPRISE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의 ‘탄핵 정국’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촛불을 들고 주말 저녁마다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모습은 미국 AP통신, 중국 신화통신과 일본 NHK,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을 통해 보도되었으며, 특히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식민지에서 군사정권으로, 또 불완전 민주주의 체제로 변모해온 한국 현대사의 맥락에서 가능한 일”, “김치만큼이나 한국적이고 놀랍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TV조선’).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시위는 그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고, 2016년 12월 스웨덴의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는 한국의 촛불 시위 광경을 이용한 광고 이미지를 공개했다. ‘The future is yours to create’라는 문구와 함께. 그동안 앱솔루트가 각 나라를 상징하는 이미지나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를 활용해 광고를 제작해왔던 것을 떠올려 봤을 때, 탄핵 정국과 촛불 시위가 얼마나 세계를 놀라게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 하면 떠오를 새로운 이미지의 탄생이다.
CREDIT 글 | 서지연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