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는 케이시 애플렉에게 어떤 선택을 내릴까

2017.02.13 페이스북 트위터


훌륭한 예술 작품이 실망스러운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졌을 때, 우리는 그 작품을 거부해야 할까? 혹은 예술과 예술가를 완전히 구분 지어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 오래된 이 질문을 새삼스레 다시 꺼내는 건 한국에서 2월 15일 개봉 예정인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주인공, 케이시 애플렉 때문이다.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평단의 극찬을 받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케이시 애플렉 또한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고, 덴젤 워싱턴이나 라이언 고슬링 같은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수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케이시 애플렉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7년 전의 성폭력 혐의 때문이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케이시 애플렉은 2010년 당시, 자신이 연출한 영화 [아임 스틸 히어]를 촬영하면서, 여성 스태프 둘을 성적으로 희롱하고 모욕을 줬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케이시 애플렉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하는 이들은 각각, 영화의 카메라 기사와 프로듀서였다. 소송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한 [데일리비스트]의 기사에 따르면, 카메라 기사인 마그달레나 고카는 한밤중에 자신의 옆에서 속옷과 티셔츠만 입은 채 누워 있는 애플렉을 봐야 했다고 한다. 애플렉은 한 손으로 고카의 등을 쓰다듬었고, 술 냄새를 풍기며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댔다고 한다. 프로듀서인 아만다 화이트 또한 애플렉이 자신에게 터무니없는 짓을 했다고 주장했다. 애플렉이 다른 남성 스태프를 시켜 화이트에게 성기를 보여주라고 하기도 했고, 그녀의 호텔 방에서 케이시 애플렉이 호아킨 피닉스와 함께 다른 여성 둘을 불러 성관계를 갖는 바람에 방에 들어가지 못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화이트는 애플렉이 여성들을 반복적으로 “암소”라고 칭했고, 자신의 성관계 경험을 거리낌 없이 자랑하듯 자세히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처음 고소를 당했을 때, 케이시 애플렉은 혐의를 부인하고 고소를 하겠다고 위협했었다. 하지만 곧, 둘과 합의를 했다. 합의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애플렉은 2016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만족한 채로 끝난 문제입니다. 저도 괴로웠고 화가 났지만, — 모두가 그랬을 겁니다 — 저는 그 시기를 넘겼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작년 10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선 자신이 유명세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누군가 유명하다면, 무슨 말을 하든 괜찮을 거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됩니다. (유명인들도) 모두 가족과 인생이 있으니까요”라고 했다.

케이시 애플렉의 성폭력 혐의는 오스카를 목전에 두고 7년 만에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배우 콘스탄스 우는 트위터를 통해 애플렉이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판했다.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에 출연했던 헤더 매터래조 또한 “저도 뭔가 합의만 잘하면, 오스카 후보에 오를 수 있나요? 아니면 그게 케이시 애플렉 같은 사람한테만 해당하는 건가요”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처음엔 과거의 문제를 언급하길 꺼렸던 언론들도 강간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배우 네이트 파커와 케이시 애플렉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둘 다 작품이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성폭력 혐의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케이시 애플렉은 합의를 했고 네이트 파커는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애플렉은 오스카 후보에 올랐고 파커는 오스카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이 점에 착안해 흑인인 파커와 달리 애플렉이 백인이기 때문이라며 이 둘을 비교하는 언론들이 많아지자, [버즈피드]는 두 사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인종차별 문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게 버즈피드의 주장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예술과 예술가를 분리해서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 명확한 답을 내리기 힘든 질문이지만 [USA 투데이]가 지적하듯, 아카데미는 예술과 예술가를 구분해서 상을 수여했던 전례가 있다. 미성년자 강간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영화 [피아니스트]의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고, 딸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우디 앨런의 영화 [블루 재스민]에도 아카데미는 상을 안겼다. 케이시 애플렉도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CREDIT 글 | 윤지만(칼럼니스트)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