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고는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까

2016.12.19 페이스북 트위터


마트의 선반에서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들고, 계산대의 긴 줄을 기다릴 필요 없이, 그냥 물건을 들고 마트의 문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계산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아마존에서 아마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애틀에 문을 연 아마존 고의 이야기다. 아마존은 수많은 카메라와 센서, 딥 러닝을 이용해 계산대가 없는 자동화된 마트를 현실로 만들었다. 아마존 고는 선반에서 집어 든 물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선반 위에 올려놓은 물건을 전부 자동으로 확인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왔던 개인을 식별하는 상점의 현실 버전인 셈이다. 아마존은 이 기술을 “저스트 워크 아웃”이라 이름 지었고, 2017년 초부터 대중을 상대로 이 기술이 적용된 아마존 고의 문을 열 계획이다.

마트에서 쇼핑해본 사람이라면 아마존 고를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들 한 번쯤은 대형마트 계산대 앞에서 오래도록 기다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쇼핑하는 사람이 아니라, 계산하는 점원이라면 아마존 고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 로봇도 아니고, 겨우 앱 하나가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내 가장 많은 사람이 종사하는 직업은 소매점의 영업 사원이고, 두 번째가 계산원이다. 이 둘을 합치면 780만 명이나 된다. 아마존 고는 이렇게 많은 이가 종사하는 직업의 필요성을 없애버린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버리고 있다는 건 논쟁적인 주제지만, 아마존 고는 그 논쟁에서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처럼 보인다.

[가디언]은 “아마존 고가 단순히 일자리를 없애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경제를 재구성할 것”이라고 말한다. 직접적으로는 소매점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고, 부차적으로는 그로 인해 임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불평등은 더 가속화된다는 예상이다. 그래서 여태껏 정부의 역할이 시장을 형성하고 조정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정부는 혁신과 교육을 장려하고, 기본 소득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부의 분배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디언]에 실린 기본 소득에 대한 주장은 [와이어드]에 나온 오바마 대통령의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오바마는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가 “다음 10년, 혹은 20년 사이에 이루어질 일”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또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자동화에 대한 해답이 기본 소득이라고 말한다.

물론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 이전에 아마존 고가 실제로 일자리를 없앨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다. 계산원이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직업이 없어진다는 것이 총고용의 감소를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1900년대 미국인의 41%는 농업에 종사했지만, 2000년엔 단지 4%만이 농업에 종사한다. 그렇다고 총고용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가 일시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시적인 변화조차도 고통스러운 것은 매한가지겠지만, 역사적으로 총고용은 결국 늘어났다. 이번에도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의 기술 발전이 과거와 달리 좀 더 복잡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까지 넘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의 47%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을 갖고 있다는 2013년의 연구를 인용했다. 여기에는 계산원 같은 직업 외에, 회계사나 건축가 같은 직업도 포함된다.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술 발전은 지금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 맥도날드는 주문과 계산을 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미국 전역의 매장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했고, 아마존은 영국에서 최초의 드론 시험 배송에 성공했다.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생산성을 증가시켰다. 지금도 기술은 인류의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고 소외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아마존 고가 선사할 미래에 그저 열광만 할 수는 없게 한다.
CREDIT 글 | 윤지만(칼럼니스트)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