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2NE1과 트와이스를 레드벨벳으로 붙이면

2016.08.17 페이스북 트위터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걸 그룹 2NE1은 7년 전 노래 ‘Fire’에서 “더 빨리 뛰고 싶어” 했다. 최근 데뷔한 YG의 걸 그룹 블랙핑크도 타이틀곡 ‘붐바야’에서 “끝을 모르게 달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2NE1이 뛰었던 것은 “믿었던 세상”이 “또다시 배신”해도 “언제나 오늘처럼만 자유롭고 싶어”라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반면 블랙핑크가 “맨 정신 따윈 버리고” 달리고 싶은 것은 “춤추는 불빛”이 자신들을 감싸는 곳에서 “춤추고 싶어”서다. 그리고, 그 대상은 “오빠”다. ‘붐바야’에서 “모든 남자들”을 “코피가 팡팡팡” 터지게 하고, ‘휘파람’에서 “모든 남자들이 날 매일 Check out 대부분이 날 가질 수 있다 착각”한다고 자신감 있어 하던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뒤에는 “오직 너와 같이하고파”라며 애원한다. 또한 그와의 관계가 “바람처럼 스쳐가는 흔한 인연이 아니길” 바란다. 2NE1처럼 달리고, 도발적이기도 하다. 또다른 타이틀곡 ‘휘파람’에서는 공교롭게도 “널 향한 이 마음은 Fire”라며 2NE1의 ‘Fire’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들은 2NE1과 달리 “오빠”를 외치며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는 부드러워지는 여자를 표현한다. 

“굳이 2NE1스럽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똑같은 옷을 다른 사람이 입으면 다른 것처럼, 7년 전에 탄생한 2NE1과는 얼굴도 목소리도 다르기 때문에 가장 YG스러운 걸 그룹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래서 양현석 YG 회장이 지난 8일 블랙핑크 쇼케이스에서 했던 말은 단지 두 팀의 유사성을 인정하는 발언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블랙핑크의 랩은 몇몇 부분의 억양까지 2NE1의 멤버 CL을 연상시킨다. ‘붐바야’에서 “좋아 이 분위기가 좋아” 같은 부분은 박봄이 시원하게 질러줘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은 ‘Fire’를 부를 때의 2NE1처럼 바지에 여우 꼬리를 붙이거나, 머리를 한없이 길게 땋아 올리지 않았다. 대신 데뷔 무대인 SBS [인기가요]에서 스포티한 스트릿 패션과 함께 프릴 달린 블라우스도 입었고, ‘휘파람’에서는 망사 스타킹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데뷔 당시 2NE1은 그 패션만큼이나 속을 알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블랙핑크는 2NE1의 이미지와 스타일을 바탕으로 하되 그들이 외치는 “오빠”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어필한다.



걸 그룹 트와이스와 I.O.I의 인기에는 이른바 ‘아재’로 불리는 30대 이상 남성들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30대 이상의 남성들이 그들의 사인회까지 찾는 열성팬이 되면서, 두 팀의 음반 판매량은 어지간한 남자 아이돌 그룹 이상이 됐다. 그리고 트와이스는 ‘CHEER UP’에서 “여자는 쉽게 맘을 주면 안돼 그래야 니가 날 더 좋아하게 될걸”이라며 도도하면서도 남자가 다가서기를 바라는 캐릭터를 어필했다. 블랙핑크는 여기에 YG가 선보인 힙합, EDM 사운드를 기반으로 클럽을 휘어잡는 캐릭터를 더하면서, 보다 직접적으로 “오빠”를 외친다. 음악과 패션은 2NE1처럼 다른 걸 그룹이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울 만큼 독특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강조한다. 반면 메시지는 YG 버전의 트와이스에 가깝다. 여기에 ‘휘파람’ 뮤직비디오는 테이블 등 소품, 카메라 이동, 구도 등에서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걸 그룹 레드벨벳의 ‘Automatic’ 뮤직비디오와 부분적으로 닮았다. 2NE1을 연상시키는 음악과 패션 스타일에 가사는 ‘붐바야’에서 “달려봐 달려봐 오빠야 LAMBO 오늘은 너와 나 젊음을 GAMBLE”이라고 할 만큼 트와이스보다 “오빠”에게 더 직접적으로 다가선다. 그리고 레드벨벳이 ‘Automatic’에서 어떤 감정도 쉽게 드러내지 않은 채 함께 모여있던, 신비로운 소녀들을 보여준 것처럼, 블랙핑크도 뮤직비디오에서 속을 알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계를 가진 것 같은 느낌을 부여한다. 2NE1과 트와이스가 레드벨벳이라는 접착제를 통해 하나로 더해졌다.  

‘휘파람’과 ‘붐바야’ 모두 후렴구가 나오기 전 앞부분과는 전혀 다른 전개와 함께 ‘뽕끼’라고 해도 좋을 멜로디가 나오는 것은 이 팀의 정체성아닌 정체성이다. 2NE1의 ‘Fire’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 하나로 몰아쳤고, ‘I Don’t Care’는 레게를 바탕으로 일관된 흐름을 전개했다. 반면 블랙핑크의 곡들은 ‘오빠’로 규정되는 어떤 연령층이 세련됐다고 느낄 수 있지만, 동시에 부담없다는 느낌이 들도록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과거의 YG는 지드래곤, CL처럼 개성 강한 뮤지션들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곳이었다. 그러나 멤버들의 체형마저 비슷해 보이는 블랙핑크는 이제 YG가 기획과 마케팅이 더 앞설 수도 있는 회사임을 보여준다.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해서라면,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할 수도 있는 선택이다. 대신 YG가 SM과 JYP가 달랐던 부분은 옅어지고, 팀의 고유한 개성은 아직 무엇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트와이스가 다음 앨범에서 YG의 음악 스타일이 가진 장점을 흡수해서 내놓는다면, 또는 비슷한 스타일링을 한다면 블랙핑크는 무엇으로 승부할 수 있을까. 블랙핑크는 YG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다만, 미래에 대한 답은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은 듯 하다.  


CREDIT 글 | 강명석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