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걸 그룹│③ 여자친구부터 오마이걸까지, 모두 다른 얼굴의 걸 그룹들

2016.05.10 페이스북 트위터
최근 걸 그룹의 중요한 키워드는 ‘소녀’다. 최근 데뷔한 신인 걸 그룹들은 대부분 소녀의 이미지 안에서 특정한 요소들을 부각시키며 자신들의 이미지를 구축해내고 있다. 이전 걸 그룹들이 대개 ‘청순’과 ‘섹시’라는 이미지 안에서 등장했다면 최근의 걸 그룹은 ‘소녀’로 상징되는 어떤 연령대 안에서 대중의 여러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것이다. 그만큼 걸 그룹은 소녀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되 과거보다 좀 더 다양한 색깔을 표현하며 자신들의 시장을 찾는다. 반면 마마무처럼 소녀의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청순, 섹시 어느 쪽도 아닌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색깔을 가진 팀도 등장했다. 새로운 세대의 ‘걸’ 그룹들은 어떻게 그들의 색깔을 만들어나가고 있을까. 마마무의 노래처럼, 지금 새로운 걸 그룹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을 위한 ‘취향저격 에이스’들에 관한 이야기.



트와이스, 미모가 ‘열일’하는 소녀들
#모두가비주얼담당 #식스틴 #야구점퍼



트와이스의 이번 앨범 타이틀곡 ‘Cheer Up’에서 아홉 멤버 모두가 얼굴 밑에 손받침을 하고 모여 앉아 있는 엔딩은 트와이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다. 변신소녀물의 주인공부터 어우동까지 모아 놓았을 때 전혀 일관적인 맥락이 없는 코스튬 플레이처럼 구성된 ‘Cheer Up’의 뮤직비디오 역시 멤버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더없이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다시 말하면 ‘예쁨’이 콘셉트나 다름없는 팀이고, ‘Cheer Up’의 무대는 그런 예쁜 모습으로 그들을 보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서로 다른 매력으로 예쁜 소녀들의 건강하고 쾌활한 에너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예쁜 소녀들의 집합체다.



IOI, 우리는 꿈을 꾸는 소녀들
#프로듀스101 #PickMe #DreamGirls



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우리는 꿈을 꾸는 소녀들”이라고 노래한 ‘Pick Me’가 소녀들의 꿈을 이루어달라는 요청이었다면, ‘Dream Girls’는 자신의 소녀에게 투표한 사람들에게 그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투표를 통해 살아남은 만큼 멤버들은 이미 각자의 팬덤과 이미지를 쌓았다. 뮤직비디오 역시 소미가 클라이밍을 하거나 청하가 계단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각각의 멤버들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프로그램에서 쌓은 이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간다. 여기에 몇 번이고 실패하다가도 끝내 성공하는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프로그램을 통한 데뷔라는 성공 서사를 강화한다. “꿈을 꾸는 소녀들”이 드디어 “이 시간은 내 거”로 만드는 과정을 한 곡 안에서 보여주고, 그것을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팀. 



레드벨벳, 이상한 나라의 소녀들
#뮤직비디오 #레드와벨벳 #인형공장



‘레드’와 ‘벨벳’ 두 콘셉트로 나뉘어 활기찬 댄스 음악과 어둡고 몽환적인 발라드를 소화한다. 여기에 ‘Dumb Dumb’ 때는 인스타그램을 연상시키는 화면비의 영상 티저를 제작해 의미는 알기 어렵지만 독특한 분위기의 이미지와 엄청나게 쪼개진 박자에 맞춰 격렬한 춤을 추는 모습을 쉴 새 없이 보여줬다. 레드벨벳은 컨베이어 벨트의 삐삐 인형(‘Dumb Dumb’)처럼 예쁘고 발랄하지만 “빙글빙글 꽃들 춤추는, 우당탕탕 토끼들 싸우는” 세계에서 지금 이곳에 떨어진 것만 같은 소녀들인 셈이다. 독특함 그 자체가 콘셉트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여자친구, 끝내 달려가는 소녀들
#뜀틀안무 #칠전팔기 #음원강자



머리끝까지 발차기를 하거나 뜀틀 안무와 타임머신 안무를 선보이는 여자친구의 무대 퍼포먼스는 이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소녀의 이미지 그 자체다. 체육 시간의 힘찬 여고생 같았던 ‘유리구슬’부터 끝내 “거친 세상 속에서 너를 안아줄게”라고 고백하는 ‘시간을 달려서’까지, 여자친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끝내 달려가는 당찬 소녀의 이미지를 꾸준히 고수해왔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에서는 체육관에서 시끄럽게 장난을 치며 뜀틀을 넘거나, 선풍기를 틀고 평상에 누워 있는 것처럼 현실에서 본 듯한 친근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그려낸다. 수줍지만 당차게 달려가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얼굴의 소녀들. 이들의 그룹명이 ‘여자친구’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러블리즈, 한결 비장해진 만화 속 소녀들
#사탕과젤리 #레이스양말 #집착


러블리즈가 보여주는 소녀들은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진 순정만화 속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Candy Jelly Love’의 유리병에 담긴 사탕과 젤리 같은 예쁜 소품들과, 뮤직비디오마다 그림 같은 자세로 앉아 있던 멤버들은 소녀들의 일러스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하지만 수줍은 마음을 들킬까 봐 숨어서 지켜보던 소녀(‘Ah-Choo’)들은, ‘Destiny(나의 지구)’에 와서는 “왜 자꾸 그녀만 맴도나요”라고 물으면서도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너만 보”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이제 숨바꼭질하듯 수줍은 마음을 표현하던 소녀에서, 비극적인 짝사랑의 아픔을 비장한 표정으로 이겨내는 소녀로 성장했다. 마치 장르가 달라진 순정만화의 서브 히로인처럼.



오마이걸, 발랄한 공상을 펼쳐내는 소녀들
#인스타그램 #포토카드 #별자리안무


오마이걸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어줄 수 있는 장난기 많은 천사(‘Cupid’)나, “한 마리 고래 핑크빛 바다”를 헤엄치는 자신을 상상하는 소녀(‘Liar Liar’)다. 그리고 소녀들의 발랄한 상상 같은 이런 콘셉트는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비주얼로 완성된다. 인스타그램에서 롤러스케이트와 반팔티·스커트를 아기자기하게 배치한 사진으로 콘셉트를 공개하기도 하고, 전체 이미지를 분할해 업로드하기도 한다. 판타지 세계의 요정들 같은 콘셉트의 ‘Closer’에서는 무대 위에서 바라보면 별자리 모양이 되는 안무 동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치 색색으로 다이어리를 꾸며놓는 소녀들처럼, 상상을 돕는 작은 부분들까지도 놓치지 않으면서 그들 스스로가 소녀의 상상이 된다.


에이프릴, 코스튬 플레이를 하는 소녀들
#메이드복 #걸스카우트 #팅커벨



‘꿈사탕’의 메이드복과 ‘Muah!’의 걸스카우트, 이번 앨범의 ‘팅커벨’까지, 에이프릴은 매 앨범마다 달라지는 의상으로 콘셉트를 드러낸다. 그리고 뮤직비디오는 코스튬 플레이를 통해 그들을 동화 속 소녀가 된 것처럼 그린다. 남색 상의와 빨간 치마로 알프스 소녀 같은 메이드복을 입고 산속을 돌아다니다 하얀 유니콘과 만나고, 햇빛이 비치는 숲 속에서 팅커벨 의상을 입고 춤을 추기도 한다. 코스튬으로 콘셉트와 스토리라인을 설명하면서, 곡마다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그 점에서 매번 달라지는 소녀의 모습 자체가 하나의 콘셉트라 할 만한 팀이다.


마마무, 우리만으로도 즐거운 마마무만의 세계
#불후의명곡 #음오아예 #애드리브


특수효과를 동원한 남장을 할 정도로 뮤직비디오에서 노골적으로 ‘백합’ 콘셉트를 드러냈던 ‘음오아예’는 지금 마마무의 독특한 지점을 잘 보여준다. 필연적으로 무대 밖의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게 되는 걸 그룹과 달리, 마마무는 문별을 통해 그룹 안에서 이미 로맨틱한 관계를 완성시켰다. 멤버들끼리 키 싸움을 하는 이야기를 노래(‘1cm의 자존심’)로 만들어 공개하는 것처럼, 그들은 외부의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보다는 멤버들끼리 신나게 노는 모습 자체를 콘셉트로 만들었다. 굳이 외부의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않고 그들만으로도 즐거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다른 어떤 소녀들과도 다른 독특한 위치다.


CREDIT 글 | 고예린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