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클래식을 쉽게 만나는 법

2015.11.23 페이스북 트위터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그가 출연하는 콘서트는 표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 더불어 피아노 연주가 좋아졌다는 사람, 클래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사람도 많이 보인다. 그러나 클래식의 세계는 무한대에 가깝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실제 관람부터 인터넷을 통한 라디오 청취까지 보다 쉽고 다양하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클래식은 생각처럼 감상하고 즐기는 데 큰돈이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클래식은 도처에 있고, 언제나 열려있다.

 



서울시향 정기공연
오케스트라 연주는 다 그게 그거로 들려 구분이 안 되는 사람일수록 직접 관람할 공연은 연주력이 확실히 보장된 악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똑같은 곡이라도 불안한 음정이나 앙상블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악단의 공연은 차라리 안 듣느니만 못하다. 그 점에서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공연은 반드시 볼 필요가 있다. 조성진의 공연은 못 보더라도 정명훈 예술감독이 직접 지휘하는 콘서트가 아니라면 미리 예매하지 않더라도 표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공개된 2016년 시즌 공연리스트에 나온 대로 7월 15일의 정명훈 지휘, 조성진 협연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과 차이코프스키 4번 교향곡은 유료회원 패키지 판매로 객석 절반은 이미 판매됐을 것이다. 그래도 일반예매라도 도전하고 싶다면 인터파크에서 11월 24일 화요일 오전 11시를 기다리자. 참고로 24일은 가고 싶은 공연을 3개 이상 골라서 예매하는 것이고, 12월 1일 11시부터는 개별공연을 예매할 수 있다. 사전예매 기간이 지나고 나면 서울시향의 정기공연 티켓은 인터파크와 예술의전당에서 좌석을 반씩 나눠서 판매하고 있으므로 예술의전당 티켓예매 페이지를 노려볼 것. 또한 내년 1월의 공연 두개는 모두 정명훈 지휘로, 말러와 브루크너 교향곡이 메인이다 보니 초보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지만 협연자로 나오는 바이올린의 최예은, 피아노의 김다솔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연주자들로, 이들이 연주하는 멘델스존이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은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높은 익숙한 곡들이라 도전해볼 가치는 있다.

또한 서울시향 외에도 금호아트홀의 목요일 콘서트는 다양한 연주자들의 독주회와 앙상블을 망라해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티켓 값은 2만 원에서 5만 원 사이고, 금호아트홀 유료회원 가입 시 금호에서 주관하는 콘서트 할인과 해외 연주단체의 내한공연 할인 및 선 예매 혜택도 준다.



BBC 라디오
공연장을 직접 찾아 음악을 듣는 것은 어쨌든 시간과 돈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때문에 여러 사정으로 공연장을 찾기 어렵다면 인터넷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다. 대략 5~6년 전까지는 독일과 프랑스의 합작 채널인 아르떼TV에서 다양한 실황공연 영상을 HD로 공개해서 유럽 현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유럽 이외 지역에서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우회하는 방법이 없진 않지만, 굳이 여기가 아니라도 쉽게 접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유튜브가 그 중 대표적. 하지만 워낙 채널이 많고 중구난방으로 올라와 있어서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이 없으면 선택하기가 몹시 어렵다.

그보다는 영국의 대표적인 방송국 BBC 라디오의 클래식 전문채널을 추천한다. BBC 라디오의 음악채널은 장르별로 세분화돼 있고 그중 3번 채널은 하루 종일 클래식만 틀어준다. 일주일 단위로 프로그램 편성표가 올라오고 방송이 지나가도 일주일은 다시듣기가 가능하므로 언제든 원하는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다. 스케줄 페이지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영국시간으로 매일 저녁 7시 30분(한국은 새벽 4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방송하는 라이브 중계. 매일 저녁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공연을 중계해주는데 주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나 필하모니아 관현악단,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같은 전통적인 런던의 빅5로 꼽히는 오케스트라들 외에 근래 각광받고 있는 버밍햄 심포니 오케스트라나 맨체스터 할레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꽤 자주 나온다. 그 덕분에 맨체스터 할레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마크 엘더와 협연이 잦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실황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BBC 라디오는 영국 내에서는 192Kbps의 고음질로 들을 수 있고 그 외의 지역은 48Kbps로 제한돼 있다. 음질 차이가 크지만 막상 들어보면 대편성 오케스트라곡의 묵직한 저음부가 다소 가볍게 들리는 걸 제외하고 딱히 거슬리는 것은 없다. 클래식음악에 최적화된 전문음악홀이 사실은 거의 없다는 런던의 콘서트홀에서 직접 듣는 것보다 BBC 라디오 중계로 듣는 게 훨씬 음질이 좋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중계의 높은 질이 열악한 음질을 충분히 커버한다.

이밖에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의 바이에른 방송국도 금요일 저녁 정기공연을 256Kbps 고음질로 방송하고,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이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도 자체 홈페이지에서 실황녹음을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유료 콘서트 영상 서비스(DCH)
DCH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을 영상으로 서비스한다. 티켓은 1주일 9.9유로에서 1개월, 12개월, 매달 정액 결제까지 다양한데 구입한 티켓의 기간 동안 영상을 무제한으로 다 볼 수 있다. 바흐부터 최신 곡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고화질 영상과 음질로 접할 수 있으니 이정도면 티켓 값은 매우 저렴한 편이다. 특히 조성진을 통해 피아노 협주곡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라면 또 다른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기도 한 마르타 아르게리히의 슈만 피아노 협주곡(2014/11/29),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실황 중 최고라 단언할 수 있는 아르카디 볼로도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2010/12/18), 역시 쇼팽 콩쿠르의 역대 우승자이며 조성진의 콩쿠르 결선 연주를 듣고 정경화에게 전화해 ‘소리가 좋다’고 칭찬했다크리스티안 치메르만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2015/06/25), 협주곡이면서 교향곡에 가까워 스케일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멋지게 해낸 루돌프 부흐빈더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2014/01/25) 등을 추천한다.

또한 실시간 중계를 HD영상으로 서비스하는 메디치TV도 유료서비스지만 또 하나의 훌륭한 선택지다. 메디치TV는 어지간한 컴퓨터 사양에서도 무리 없이 생생한 화질과 음질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으로,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콩쿠르 같은 화제성 높은 페스티벌이나 콩쿠르 실황 중계도 곧잘 한다. 간단한 이메일 회원가입이나 페이스북 아이디 연동을 통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DCH에 자극 받은 암스테르담 로열 콘서트 헤보우 오케스트라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본거지인 빈 국립오페라에서도 유료중계를 준비 중이거나 진행하고 있다.

[박수는 언제 치나요?]

클래식 공연을 접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콘서트홀에서 직접 관람할 때의 매너나 옷차림이 아직 어렵고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가 쓴 [박수는 언제 치나요?]를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다. 클래식 음악과 그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들, 그리고 공연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초보가이드로 손색이 없다. 참고로, 클래식 공연을 보러가서 박수를 언제 쳐야할지 몰라 불안하다면 그냥 치지 말고 연주가 다 끝난 뒤 다른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 같이 치면 된다. 하지만 이것도 공연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다른 관객들이 박수를 언제 치는지 눈치 볼 것 없이 무대 위의 연주자와 지휘자의 자세를 주의 깊게 보면 연주가 완전히 끝나면 악기에서 손을 떼거나 지휘하던 팔을 내리고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한다. 박수는 그때 쳐도 늦지 않다. 이밖에 관련 지식을 얻고 싶다면 네이버 캐스트에서 제공하는 클래식 관련 칼럼을 꾸준히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오랜 전통의 공연음악 전문지 [객석]의 기사나 서울시향에서 발행하는 [SPO]도 네이버 매거진 캐스트에서 제공하고 있다.

오경아
클래식 음악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있는 만화가.
현재 봄툰에서 [마녀와 집사] 연재 중.


CREDIT 글 | 오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