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의 기막힌 팔자

2015.08.26 페이스북 트위터



마음만 먹으면 MBC [무한도전]의 다음 가요제에 출연할 수 있다. 지금 지드래곤(이하 GD)의 위치다. 10cm, 장미여관, 혁오 같은 인디 밴드는 가요제 출연으로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올렸다. 가요제 직후 공개되는 곡들은 음원차트에서 ‘줄 세우기’를 한다. 그러나 GD는 [무한도전]의 유재석이 먼저 다음 가요제 출연 여부를 물어본다. 한국에서는 몇 번씩 음원차트 줄 세우기를 했고, 빅뱅 월드 투어는 한 번 돌 때마다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일본 록페스티벌 썸머소닉에서는 올해 빅뱅이 출연하지 않았지만, 공연 사이의 휴식 시간에 그들의 음악을 종종 틀었다. GD가 상업적으로 더 성공하고 싶다면, 그는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상상력부터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GD는 상상력을 성공의 크기 대신 방향에 사용하는 듯하다. ‘Bae Bae’에서 난데없이 “찹쌀떡”이라는 가사를 넣고, ‘뱅뱅뱅’은 스타디움에서 울려 퍼져도 될 만큼 크고 신나게 끌고 가더니 클라이맥스에서 속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리며 유머 감각을 발휘한다. ‘Bae Bae’부터 [무한도전]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발표한 ‘맙소사’까지, 그는 이번 활동 기간 동안 발표한 대부분의 곡에서 트랩 비트를 활용해 의도적으로 복잡한 전개를 제시한다. ‘맙소사’에서도 후렴구까지 한껏 분위기를 올렸다가 트랩 비트로 분위기를 바꾼다. 3년 만에 컴백한 빅뱅과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는 올해 음악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벤트였다. 그러나 GD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친구이자 빅뱅의 동료 태양과 함께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라며 JTBC [냉장고에 부탁해]에 출연한 것처럼. 트랩을 하고 싶으면 3년 만의 빅뱅 컴백 곡에서도 시도한다. 가요제에서 발표한 ‘맙소사’의 후렴구는 파트너가 된 광희에게 맡겼다. 가요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광희였다.



‘맙소사’는 랩과 보컬 파트가 확연히 분리되면서 파트를 나누기도 쉽고, 멤버별 특성을 표현하기도 좋다. 후렴구 “조금 더 조금 더 위로”는 한 번 듣기만 해도 귀에 들어온다. 후반에는 거대한 클라이맥스도 있다. 디테일을 수정하면 빅뱅은 물론 어느 아이돌 그룹이 부른다 해도 좋을 곡이다. 그러나 GD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맙소사’로 광희가 꿈꾸던 무대를 선물했다. 반면 5년 만에 컴백한 GD&TOP의 ‘쩔어’는 대중적으로 생소한 트랩 비트에 랩으로 가득하다. 그래도 GD가 발표하면 음원차트 1위다. ‘쩔어’에서 “막 똥을 싸도 박수갈채를 받지”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 상업적인 시선으로만 보면, 그는 황금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똥’처럼 쓰기도 한다. 하지만 GD는 그렇게 ‘똥’을 싸면서 자신의 곡 대신 자신의 선택을 주목받게 만든다. 돈이 많다는 것을 넘어 돈에 구애 받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 선택이 하나의 퍼포먼스가 되면서 다시 관심을 받는다. 위대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GD가 음악 산업에서 싸는 ‘똥’은 최소한 그를 뮤즈 삼아 현대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했던 [PEACE MINUS ONE]보다는 예술적일 것이다.

GD가 거대한 돈더미의 한가운데서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는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는 지금 GD만 보여줄 수 있는 구경거리이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지독할 만큼 성공한 뮤지션들이 더 큰 스케일로 저지르기도 하는 일들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 누구도 GD에게 더 많은 돈을 벌라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더 큰 꿈을 갖고 미국에 진출하라고 하는 것 역시 오지랖일 뿐이다. 더 많은 돈 때문이라면 GD가 굳이 할 필요가 없고, 지금보다 더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세계인을 모두 사로잡을 노래를 만드는 것보다 운이 좋길 바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누구도 그에게 태양과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할 시간에 미국 진출을 위해 노력하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슈의 한복판에서 “오구오구” 같은 가사를 막 쓰고, 또 히트시킨다. 1988년 8월 18일생. 정말 기막힌 팔자를 타고 태어났다. 

글. 강명석
CREDIT 글 | 강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