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가 쓰는 것은 기사인가

2015.08.25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 8월 19일 [위키트리]는 ‘배우 김의성이 트위터에 풀어놓은 동료 배우 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김의성이 이정재, 전지현, 김혜수와 같은 유명 배우들과 함께 일했던 경험을 털어놓은 것을 모은 것이다. 이에 김의성은 “그건 기사가 아니고 관음일기입니다. 다시는 이런 식으로 기사를 만들지 말아주세요. 이건 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입니다”라고 항의했지만, [위키트리] 측은 “김의성 씨는 대중에게 알려진 배우이며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 트위터에 트윗글을 기사화 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고 답하며 기사를 유지했다. 김의성은 이후 해당 트윗들을 모두 지우고 트위터 계정을 비공개로 돌린 상태다. 

[위키트리]가 김의성의 트윗을 사전 동의 없이 가져와 기사화 할 수 있는 것은 트위터의 이용약관 때문이다. 트위터의 이용약관에는 “본 서비스에서 혹은 본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제출, 게시 또는 게재함으로써 귀하는 (현재 알려져 있거나 차후에 개발될 수 있는) 모든 미디어 또는 배포 방식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전 세계에서 이용, 복사, 복제, 처리, 각색, 변경, 공개, 전송, 게재 또는 배포할 수 있는 비독점적이며 무상의 라이센스(2차 라이센스를 허용할 수 있는 권리 포함)를 당사에 허용한 것으로 간주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용자가 쓴 모든 트윗은 신문사 사이트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사이트에도 옮길 수 있다. 정확히는 트위터와 같은 웹 어플리케이션을 다른 웹페이지에서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임베드’ 형태라는 조건이 붙는다. 이것만 지키면 이용자가 트위터에 전체 공개로 내보낸 모든 게시물은 언제든 기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위키트리]가 김의성의 트윗을 기사화한 것은 엄밀히 말해 임베드 기능을 활용했다고 하기 어렵다. [위키트리]는 그가 쓴 문장을 Ctrl+C, Ctrl+V한 후 링크를 날짜에 삽입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김의성의 항의에 대해 [위키트리]가 제시한 ‘뉴스 스토리텔링 가이드라인’의 ‘포스팅 당사자에게 사전동의를 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은 [위키트리] 측의 자의적인 기준일 뿐이다. 김의성의 트윗을 옮긴 기사가 임베드를 지킨 것이라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 기사의 페이스북 조회수는 95만이 넘었고, 트위터 노출은 32만을 상회한다. [위키트리]가 그에 따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물론이다. 하지만 [위키트리]는 김의성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물론, 발언의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 지금 [위키트리]의 기사 작성 방식이 괜찮다면, 발언이 일으킨 파장과 기사의 사실 여부에 대한 책임 모두 [위키트리]가 아닌 발언 당사자가 지게 된다. 

런 상황은 트위터 이용자가 언제나 자신의 트윗이 기사화 될 것을 염두에 두게 만든다. 트위터 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반면 매체는 트위터를 Ctrl+C, Ctrl+V 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고, 책임은 질 필요가 없다. 이것이 통용된다면 매체는 굳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기사를 작성하는데 신중해질 이유가 없다. 이미 많은 매체가 SNS에서 회자되는 내용들을 기사로 만들고, SNS에서 인용된 다른 매체의 기사나 인터뷰를 Ctrl+C, Ctrl+V하다시피 하며 기사를 쏟아낸다. 이 과정에서 독자가 가치있는 기사를 찾아 읽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SNS 이용자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발언이 원치않게 기사화 될지 모른다. 김의성과 [위키트리]를 둘러싼 논란은 이런 매체 환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예 중 하나다. 매체는 돈을 벌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반면 독자는 원치 않은 문제에 시달린다. 게다가 이런 기사들이 넘쳐나면서 가치있는 기사는 더 찾기 어려워진다. 이용자가 트위터 약관에 동의한 것이 언론의 윤리와 책임을 저버릴 수 있는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위키트리]의 공훈의 대표는 그의 저서 [SNS는 스토리를 좋아해]에서 ‘저작권 구애 없이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유용한 기법’을 소개하며 미디어콘텐츠를 스토리텔링에 맞게 편집하는 것이 SNS의 글쓰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의성의 트윗에 대한 [위키트리]의 기사에 따르면, ‘SNS의 글쓰기’란 누군가의 트윗들을 적고, 김의성이 누구인지 간단하게 적는 것일 뿐이다. Ctrl+C, Ctrl+V가 SNS의 글쓰기고, 이런 글쓰기를 하는 것이 매체의 미래인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그래서 궁금하다. [위키트리]가 쓴 것은, 기사인가. 



글. 심하림
CREDIT 글 | 심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