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나 고메즈, ‘비버 여친’이 아니야

2015.07.23 페이스북 트위터



검색창에 셀레나 고메즈라는 이름을 넣으면, 저스틴 비버가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두 사람이 헤어지고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비버 여친’처럼 보인다. 실제로 디즈니 채널의 [우리 가족 마법사](Wizards of Waverly Place)로 10대들에게 누린 인기에 비하면 그간의 음악 활동은 큰 인상을 주기는 어려웠다. 상업적 성과는 있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디즈니 채널의 뮤직드라마나 시트콤을 통해 인기를 얻은 마일리 사이러스, 데미 로바토가 음악가로서도 빠르게 자리 잡은 것에 비하면 존재감이 약하다. 그러나 셀레나 고메즈는 요즘 조금 느리게, 하지만 그들과는 다르게 음악팬들에게 어필하는 중이다.

셀레나 고메즈의 음악 활동은 선입견을 지우면 다채로우면서도 나름의 일관성이 있다. [우리 가족 마법사] 시기에는 ‘셀레나 고메즈 & 더 신’이라는 밴드 형태의 활동을 했고, 3장의 앨범을 합쳐 200만장 이상 팔았다. 그 중에서 2009년의 데뷔 앨범 [Kiss & Tell]은 대중적 록 넘버를 담아, ‘디즈니 걸’ 데뷔 공식을 지키는 듯하지만, 이듬해의 [A Year Without Rain]부터는 ‘댄스 팝’이라는 키워드로 확장된다. 다만 장르는 달라도 여전히 전형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던 음악은 ‘When the Sun Goes Down’에서 스타일을 점차 넓혀 나간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케이티 페리, 픽시 로트 등과의 협업과 더불어 디스코, 덥스텝 등 다양한 색채의 ‘댄스 팝’은 자신만의 색깔은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각종 유행 장르가 가장 대중적인 주류 팝 내부로 흡수되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의미는 충분하다. 이럴 때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셀레나 고메즈의 앨범이라는 점은 오히려 흥미로운 일이다. 어느 정도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그녀의 위치와 충분한 자본이 투여되는 주류 팝 음악시장의 결합은, 허용된 범위 안에서의 모험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식적인 솔로 데뷔앨범 [Stars Dance]는 스타게이트 같은 베테랑 프로듀싱 팀이나 카터랙스 같은 신진 프로듀서에게 매력적인 기회가 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대중적으로 다소 위험해 보이는 ‘Come & Get It’은 상업적으로나, 성년을 맞은 그의 성숙을 드러내는 맥락에서나 중요한 싱글이 되었다. 너무 공격적이지 않은 일렉트로 팝에 발리우드 냄새를 좀 더 직접적으로 담는 덥스텝을 섞는 시도는 ‘허용된 모험’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낸다. 이를테면 ‘Slow Down’은 직선적인 EDM 트랙으로, 완성도는 높지만 역설적으로 재미는 덜하고, 차트 성적도 ‘Come & Get It’에 미치지 못한다. 그는 뮤지션의 위치로 빠르게 올라서고 싶다거나, 아역배우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다는 강박을 보이지 않으면서 미묘한 줄타기를 계속하기로 한 듯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줄 위에서 어떤 성장이 가능한지 증명하기 시작했다. 올해 나온 싱글 ‘Good For You’에 관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단어는 ‘재발명’이다. 미국 언론들이 10대 팝스타 출신에게 이 단어를 유독 많이 쓰긴 하지만, ‘Good For You’는 셀레나 고메즈를 바라보는 시선과 기대치, 그가 어필할 수 있는 시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Good For You’를 설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라나 델 레이 스타일의 멜랑콜리다. 하지만 이 노래는 라나 델 레이의 한계, 다시 말해 힙스터 취향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주류의 대중에게 접근하길 원했지만, 안타깝게도 음악적 결과의 상업적 완성도는 의도에 미치지 못했던 이질감과는 출발이 다르다. 에이셉 라키 같은 현재진행형의 래퍼와 협업으로 노래가 장르적으로 홍보될 수 있는 여지를 크게 넓히고, 그게 걸맞은 매끈한 기술적 완성도를 갖췄다. 그 결과 이른바 얼터너티브 R&B가 낯설지 않은 스타일로 자리 잡은 현재, ‘Good For You’는 셀레나 고메즈를 즈네 아이코, 엘르 굴딩, 뱅크스 등의 이름과 동시에 언급되도록 한다. 그리고 이 싱글은 디즈니 산하의 할리우드 레코드를 떠나 인터스코프 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낸 첫 결과물이다. 이미 ‘Good For You’는 셀레나 고메즈의 가장 성공적인 싱글이 되었고, 그는 디즈니 시절과 저스틴 비버의 여자친구로 불리던 시절을 지나 온전히 새로운 음악 경력을 시작했다. 아마 다음은 앨범이 나올 것이고, 그 앨범은 ‘들어야 하는 앨범’이다.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CREDIT 글 |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