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미 더 머니 4]│② ‘쇼 미 더 어그로’, 악마의 편집 기술들

2015.07.21 페이스북 트위터
“만든 사람 자체가 완전 싸이코패스에요.” Mnet [쇼 미 더 머니 4]의 한 참가자는 불합리한 미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 발언을 굳이 예고에 넣었다. 욕먹는 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욕먹을수록 불길은 커진다. Mnet [슈퍼스타 K] 초반 시즌, 탈락자 발표를 조금 늦추거나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던 ‘악마의 편집’은 또 다른 성격의 오디션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를 만나 거침없이 진화했다. ‘어그로(인터넷에서 좋지 않은 행동으로 관심을 끄는 행위)’의 원천 기술을 가진 이들에게, 논란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구역 NO.1 아이돌 저격수 
[쇼 미 더 머니 4]의 대표 아이돌 저격수는 버논을 비롯한 참가자들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앤덥이지만, ‘아이돌 VS 언더’의 프레임을 선명하게 드러냄으로써 가장 재미를 보는 이는 따로 있다. 한 명씩 차례로 랩을 선보이는 2차 오디션에서 제작진은 다음 순서를 호명하며 “또 아이돌이에요”라는 설명을 굳이 덧붙이고 “기대되죠? 기대 안 되나 보다”처럼 대기실의 래퍼들을 도발할 만한 멘트를 던진다. 사실 송민호를 비롯한 일부를 제외하면, 유명하지 않은 아이돌 래퍼들의 ‘출신 성분’을 모두가 알 리 없지만 그들의 탈락과 언더 래퍼들의 조소를 교차 편집해 갈등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제작진의 귀신같은 테크닉에 박수를.


어차피 떡밥은 송민호
3차 오디션에서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 전에도 송민호는 [쇼 미 더 머니 4]의 떡밥생성기였고, 이 역할은 애초부터 제작진이 그에게 부여한 것이었다. 오프닝에서 참가자들의 머리 위로 지난 시즌 우승자 바비의 얼굴이 그려진 지폐가 쏟아질 때, 카메라는 해맑은 얼굴로 지폐를 잡으려 손을 뻗는 송민호를 유일하게 클로즈업해 의미심장한 듯 그의 표정을 비췄다. 또한 1차 오디션에서 샤이니의 민호를 연상케 한 “My name is 불꽃 카리스마 민호”를 강조한 뒤에는 ‘잠시 후’에 결과를 공개한다더니 정작 잠시 후가 되자 ‘다음 주’에 공개한다며 뒤통수를 치기까지 했으니, 그러고 보면 ‘60초 후’는 양반이었던 것이다.



주객전도된 윙크 PARTY
[쇼 미 더 머니 4]에 도전했던 42명의 아이돌 래퍼 중 거부할 수 없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멤버는 빅스의 라비다. “의도치 않은 Luxury”를 자처한 그가 카메라를 향해 윙크와 깜찍한 V 사인을 날릴 때마다 다른 참가자들의 냉담한 표정이 클로즈업됐고, 누군가는 “살짝 too much된 느낌 없지 않아”라고 말했지만 라비는 굴하지 않았다. 2차 오디션을 앞두고 자신만만하게 All Pass를 기대하는 라비의 윙크에 앤덥의 “가래 뱉어도 돼요?”라는 멘트를 덧붙인 제작진 역시 too much를 원했던 것 같다. 의도치 않은 중독성을 띤 라비의 윙크는 그가 탈락한 2회까지 총 19번 방송됐다. 


어떨까 내가 빈지노가 되면 하지만 나는 블랙넛
믹스테이프에서는 살인과 강간에 대한 가사를 썼고 최근에는 성적인 비유로 윤미래를 디스했지만, 방송에서의 블랙넛은 영악하게 수위를 조절하며 ‘무모한 돌아이’로서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처럼 굴지만 어떻게 튈지 치밀하게 계산해 움직이는 그에게 제작진 역시 꾸준한 스포트라이트로 호응한다. 1차 오디션에서 갑자기 바지를 내린 블랙넛의 모습을 편집하는 대신 반복 재생한 뒤 주변의 환호를 보여주고, 1 대 1 배틀 상대 안수민에 대해 “제가 잘해줬는데 딴 데 가서 꼬리 치고 있네요”라고 말하는 그를 연애에 서툰 모태솔로 캐릭터로 귀엽게 연출하다니 이것은 그야말로 환장의 콜라보레이션!



피타입 형이 불 속으로 
높이 올라갈수록 추락의 충격은 큰 법이다. 1회에서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의 거장, 한국말 라임의 마스터”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경력 15년의 래퍼 피타입은 “기왕 침 뱉을 거 나와서 뱉자”라는 호기로운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다른 참가자들이 그에게 사인을 받는 모습, 심사위원들의 존경심 가득한 멘트 역시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2차 오디션에서 피타입의 가사 실수는 세 차례나 리플레이되며 “역대급 반전 결과” 예고의 장치로 쓰였고, 다시 화면에 나타난 그가 탈락하는 모습 역시 수차례 강조됐다. 충격으로 넋 나간 듯한 그가 초라한 모습으로 대기실에 돌아가 앉는 동안 심사위원들은 안타까운 얼굴로 탈락의 당위성을 설파했고 카메라는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의 시선을 차례로 훑었다. 그러나 다행히 피타입은 [쇼 미 더 머니 4] 출연 후 발표한 ‘버드맨’에서 노래했다. “쪽 따윈 좀 팔아도 괜찮아 위기든 기회든 다시 올 거야 그래도 내가 나인 건 안 변하잖아.”



영원히 고통받는 허인창 
시즌 2에서 선보인 랩 “무한의 바다”는 수없이 패러디됐고, 자신이 가르친 육지담은 시즌 3에서 “허인창보다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시즌 4에 재도전했지만 2차 오디션 제한 시간 60초 중 절반을 추임새로 흘려보내는 바람에 3차 오디션 라이벌 서출구로부터 비웃음을 샀다. 그런 서출구에 대한 허인창의 발언에는 “(선배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는 자막이 붙었는데 정작 그는 ‘선배’라는 말 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존중을 말한 것뿐이었고, 허인창의 ‘추임새’를 뜨악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편집된 대기실의 래퍼들 장면에서는 허인창 자신이 발견됐다. 부디 허인창이 이 모든 부조리를 “36년간 단련된 내 경험의 스타카토”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랄 뿐.


원 & 한해 러브라인을 원해
블랙넛과 안수민으로 ‘짝사랑’ 구도를 만들었지만 하나의 러브라인만으로 만족할 제작진이 아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꽁냥꽁냥’ 같은 자막, 웃는 얼굴과 사소한 스킨십 위로 감미로운 러브송이 반복되어 깔리며 “밖에서도 만나면 좋을 것 같다”나 “성격이 잘 맞는다” 등 확대 해석하기 좋은 멘트가 던져지는 데 기시감이 든다면, 그렇다. 이 뜬금없고 끈질긴 러브라인 조성은 [슈퍼스타 K]로부터 내려온 Mnet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통인 것이다.



형과 나의 연결고리
스물네 살의 동생은 심사위원, 두 살 위의 형은 참가자다. 형제의 어머니는 “모르는 사람보다는 낫겠다”고 했지만 모르는 소리, 남녀공학과 스피드의 멤버를 거쳐 [쇼 미 더 머니 4]에 출연한 우태운에 대해 한 참가자는 “웬 아이돌 래퍼들이 자꾸 나타나는데 자기 버스에 형을 ‘태운’ 지코”라 조롱했고 유독 지인들이 여럿 참가한 시즌의 심사를 맡은 지코는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3차 오디션에서 자신의 흥에 깊이 취한 우태운의 몸짓과 표정을 강조한 제작진은 심사위원들의 떨떠름한 반응에 이어 급히 장착한 선글라스로도 당황을 감추지 못한 지코를 비췄다. 형에게 합격 통보를 내리고도 시름이 깊어가는 듯한 지코는 과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이 BEAT에 몸을 맡겨 

3차 이후 이제 오디션은 끝이라더니, 갑자기 게릴라 미션으로 4명을 탈락시키겠다 선언하는 것은 과연 ‘방송국 놈들’다운 패기다. 게다가 스페셜 프로듀서로 초빙된 스눕독 앞에 마이크 하나 두고 10분 안에 랩을 하지 못하면 자동 탈락시키는 시스템에 따르면 28명이 공평하게 나눈다 해도 주어지는 시간은 21.428초에 불과했다. 결국 누군가 마이크를 들고 한마디 하면 우르르 몰려 빼앗으려다 스눕독 코앞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강한 친구들’에 빙의한 산이가 달려 나와 “여기 올라오지 마!”라고 외치는 진풍경이 펼쳐졌으니, 이쯤에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스눕독을 이 아수라장에 앉혀놓는 대가로 Mnet은 얼마를 지불했을까.


사과는 사과인데 뺨 맞은 것처럼 
“[쇼 미 더 머니] Drop the beat!” 4회, 게릴라 미션의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던진 스눕독의 흥겨운 멘트가 무색하게, 3회 방송에서 논란이 된 영상과 함께 댓글이 쏟아져 나왔다. “이건 완전 힙합이란 문화에 대한 모욕임”, “스눕독 앞에 모셔놓고 한국 힙합 똥으로 만듬”, “힙합이라고 불러놓고 원숭이 쇼를 보여줬으니 왜 부끄러움은 우리 몫이죠” 시청자 반응에 이어 등장한 것은 “논란을 일으켜 정말 죄송합니다. Show & Prove 한국 힙합의 발전에 보탬이 되는 [쇼 미 더 머니]가 되겠습니다”라는 짤막하고 기계적인 사과문, 그리고 방송은 다시 아수라장을 비췄고 래퍼들이 마이크를 두고 다투는 사이 자신의 마이크를 양보한 프리스타일 강자 서출구는 탈락했다. 쇼는 있는데 발전은 어디에, 머니는 있는데 힙합은 어디로?


글. 최지은
교정. 김영진


CREDIT 글 | 최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