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극찬’ 기사를 써도 믿을 수 있는 해외 매체 셋

2015.07.09 페이스북 트위터
“빌보드가 극찬.” 지난 몇 년 사이 K-POP의 신곡이 발표되면 흔히 볼 수 있는 기사다. 그만큼 K-POP은 글로벌 대중문화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퍼즐의 한 조각이 되었다. 이제 K-POP에 열광하는 외국인 같은 선전적 이미지는 일부나마 신기하거나 자랑스러운 것을 지나 확실히 촌스럽다. 물론 [빌보드]나 [롤링스톤] 또는 [뉴욕 타임즈] 같은 유명 언론은 공신력이 있고, 그들이 K-POP을 소개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강남 스타일’ 이후 K-POP에 대한 ‘극찬’ 기사를 재인용하거나, 세계가 K-POP에 주목한다는 식의 기사는 호들갑처럼 보일 뿐이다. K-POP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해외에서 K-POP은 특정한 취향이나 방향의 하나로 다뤄진다. 이들은 각각의 관점에 따라 K-POP을 소개한다. 다시 말하면, 이 매체들이 다루는 K-POP은 지금 K-POP이 해외,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팝 시장에서 어떻게, 누구에게 받아들여지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빌보드] 홈페이지는 2013년 1월 이후 ‘K-Town’이라는 칼럼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은 어떤 취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흐름을 반영할 뿐이다. 그래서 지금, K-POP이 서구 팝 시장에서 음악 산업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 이상을 알려주는 매체들을 가려보았다. 국내에서 이 매체들을 인용한 “극찬” 기사가 또 나온다면, 그때는 어떤 이유인지 파악하기 쉬울 것이다.





퓨즈(fuse.tv)
K-POP을 자주 다뤄 국내에서도 종종 인용되곤 한다. 얼마 전에는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pt.1]을 다른 팝 앨범들과 함께 상반기의 가장 중요한 앨범 27장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퓨즈’가 K-POP을 많이 다루는 것은 1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을 시청층으로 삼는 음악 관련 TV 채널이라는 이유가 크다. 이곳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이 되어버린 MTV, 폭넓은 연령대와 인종을 대상으로 하는 VH1 같은 대형 채널과 달리, 젊고 새로운 재능에 집중한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 인디 음악에 집중하면서 MTV를 낡았다고 공격했고, 2010년대에는 웹사이트(Fuse.tv)를 통해 현재의 음악을 실시간으로 다루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요컨대 미 전역에 방송되는 TV 채널로서 시청자의 취향에 영향을 미치는 고전적 권력을 지닌 동시에, 음악에 관심 있는 젊은이가 새로운 흐름을 발견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원한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TV를 기반으로 삼기에, 대중적 취향을 감안하고, 주요한 시청층의 목소리를 반영한다. 그래서 이들의 웹사이트에서 K-POP은 자연스러운 존재다. K-POP 자체를 주제로 하는 기사가 아니라, ‘올여름 가장 기대되는 앨범’이나 ‘어머니의 날’을 기념하는 리스트에서 소녀시대가 언급될 정도다. 이러한 기사의 댓글에서 K-POP 아티스트의 지분은 퓨즈가이들을 꾸준히 다루는 이유일 것이다. 과거 일부의 취향이었던 K-POP은 그 일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형 네트워크를 통해서 새로운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중이다.




팝매터즈(popmatters.com)
[팝매터즈]는 음악, 영화, TV, 책, 공연예술, 게임 등 대중문화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웹 매거진이다. 그중에서도 음악은 이들의 명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매일 앨범 5장에 대한 리뷰와 각종 특집기사는 대중음악 전반을 광범위하고 성실하게 다루면서 선입견 없는 균형감각으로 유명하다. 각종 리뷰를 종합하는 [메타크리틱](Metacritic.com) 음악 부문에서 7,700여 개로 가장 많은 리뷰를 보유한 매체도 [팝매터즈]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매월 K-POP 동향을 전달하는 ‘K-Pop Roundup’이라는 기사를 정기적으로 내고 있는데, 이 시리즈는 사실상 월간 싱글 리뷰에 가까운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대중음악 관련 전문 매체 중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기적이며 동시에 진지한 형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꾸준한 관찰은 정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팝매터즈]의 또 다른 특징인, 취향에 따라 세분화된 연말 리스트 작성에 K-POP 분야가 포함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15개의 노래를 뽑았다. 1~3위는 f(x), 가인, 서태지였다.




피치포크(pitchfork.com)
음악계에서 [피치포크]의 영향력은 이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애초 이들의 명성은 인디 음악, 특히 인디 록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어떤 음악 팬들에게 [피치포크]의 호의적인 리뷰는 일종의 보증 수표처럼 작동할 정도가 되었다. 인디 음악이 ‘힙스터’ 문화의 부상과 함께 유행하면서 이들의 권위도 함께 커졌다. 단지 인디 음악만이 아니라, 메인스트림 팝 중에서도 ‘유명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진가를 모르는 진짜 좋은 음악’이라는 개념은 [피치포크]가 어느 정도 발명한 것이나 다름없고, 이 개념이 현재 한국에서 아이돌에 대한 음악적 접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1년 겨울, ‘한류의 부상’이라는 칼럼이 [피치포크]에 실렸을 때의 신선함은 남다른 것이었다. 이 칼럼은 ‘강남 스타일’ 이전에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현아의 ‘버블 팝’, 애프터스쿨의 ‘Shampoo’ 등에 자극받은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작년 8월 ‘필수적인 K-POP 20곡’ 특집이 가장 많이 읽은 기사 목록에 수개월간 머물렀을 때, 이들조차 K-POP의 대중적 파급을 실감했을 것이다. 국내 언론의 반응은 찾기 어려웠지만, 전 세계의 K-POP 팬들은 이 기사를 공유하고, 20곡 중 f(x)만 3곡을 뽑은 개념을 칭송하기 바빴다.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교정. 김영진

CREDIT 글 |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