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간 트레이너가 노래하는 여성의 모습

2015.06.11 페이스북 트위터



영미권 팝이 대중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지 오래된 한국에서, 팝은 CF나 TV 쇼 등 어떤 계기를 통해 널리 알려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점에서 최근 메간 트레이너의 경우는 이례적이다. 특별한 계기가 없었음에도 그녀의 ‘All About That Bass’는 사람들의 귀에 익은 편이다. 이 노래가 가요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지만, 힙합과 일렉트로닉으로 양분되는 최근 팝 음악의 트렌드에서 한 발짝 비켜 있는 친근하고 흥겨운 사운드가 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빌보드 싱글차트를 8주간 지배할 수는 없다. 그는 한동안 미국에서도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던’ 팝 스타였다. 더욱이 ‘All About That Bass’의 히트는 1회성 사건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메간 트레이너의 데뷔 앨범은 1위로 데뷔했고, 곧 두 번째 투어를 시작할 예정이다. 요컨대 그의 노래에는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메간 트레이너는 현재 21살의 싱어송라이터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음악적 지원을 받고 자신의 노래를 만들었지만, ‘All About That Bass’를 직접 부를 생각은 없었다. 실제로 이 노래는 비욘세와 아델을 비롯한 가수들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이 노래를 아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래의 스타일이 그들의 이미지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다. ‘All About That Bass’는 일종의 ‘메시지 송’, 다시 말해 사회적 발언을 담은 것으로 여겨졌고 그것이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그 발언은, 자신의 몸을 긍정하라는 것이다. 그의 뮤직비디오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 또는 일상의 몸에 대한 긍정을 느꼈다면 우연이 아니다. 메간 트레이너는 포토샵으로 뒤덮인 패션 잡지는 진짜가 아니고, 지금 그대로 당신의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완벽하다고 노래한다. 그리고 자신은 바비 인형이 되지 않겠노라 선언한다.


이 메시지는 메간 트레이너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콜비 카레이의 ‘Try’나 존 레전드의 ‘You & I’는 아주 직접적인 언급이다. 물론 지나치게 직접적이어서 도브 캠페인 광고처럼 보인다는 문제가 있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는 니키 미나즈의 ‘Anaconda’나 제니퍼 로페즈의 ‘Booty’처럼 엉덩이라는 특정한 신체 부위를 극단적으로 강조하면서 섹시한 여성성이 남성을 아예 압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Anaconda’는 파티에 어울리는 노래가 되었고, 남성들은 압도되는 대신에 뮤직비디오라는 핑계로 자신들의 욕구를 채울 방법을 얻었다. 그 틈새에서 메간 트레이너는 평범한 소녀들의 상징적 팝스타가 되었다. 대중들에게 직접적인 이해를 구하면서도 계몽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고, 그것을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직접 노래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좀 더 복잡하고 논쟁적이다. 어떤 이들은 메간 트레이너가 노래 안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Skinny Bitches(마른 여성들)’ 또한 외모주의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심지어 뚱뚱한 여성을 못생겼다고 말하는 것은 비난받지만, 지나치게 마른 여성을 지적하는 것은 안전하기까지 하다. 어떤 이들은 더 나아가 메간 트레이너가 ‘반 여성주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자기 긍정’은 실은 남성의 시각에서 승인받은 이후에 가능한 것이다. ‘엄마가 말했지, 사이즈는 걱정하지 말거라, 남자애들은 엉덩이가 좀 있는 걸 더 좋아하거든’ 같은 가사는 주요한 공격 대상이다. 메간 트레이너는 자신은 페미니스트가 아니고, 그저 노래를 쓰던 그 순간 하고 싶었던 말을 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또 다른 노래 ‘Title’은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에게 확실한 증거처럼 보인다. 여기서 그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남자에게 ‘여자친구’라는 타이틀을 내놓으라고 노래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간 트레이너의 메시지는 실제로 작동한다. 사람들은 ‘자기 긍정’에 대해 말하고, 그는 일종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가 단지 평범한 20살 여성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을 뿐일지라도 그렇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냈다. 그래서 그의 성공은 한 가지 고민을 남긴다. 팝 음악과 같은 대중적 장르에서 옳은 말을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을 충분히 의도했거나 제대로 표현한 것들은 널리 알려지지 못하거나, 오해받거나 심지어 반감을 사는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허점이 있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최초 고민을 시작하도록 만드는 정도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메간 트레이너는 굳이 의도하지 않고 그것을 해냈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평범한 가수 지망생이 아닌, 수많은 상업적 고려에 둘러싸인 그의 두 번째 앨범에는 무엇이 담길까?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교정. 김영진


CREDIT 글 |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