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맛에 대해 말하다

2015.03.16 페이스북 트위터



백종원은 어떤 존재인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아이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백종원 씨를 셰프로 보지 않고 사업가로 본다. 그에게는 식재료가 중요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백종원이 가격대가 높지 않은 외식 프랜차이즈를 경영한다는 사실에 일반 대중도 그를 사업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질문. 셰프와 사업가는 별개의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 셰프(Chef)는 ‘우두머리(Chief)’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따라서 셰프는 ‘요리사의 지휘관’이며 직접 요리하지 않는 존재다. 대신 요리사들을 이끌어 맛의 일관성을 지킨다. 또한 ‘셰프’는 양식이나 비싼 파인 다이닝에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주방과 요리사가 존재하면 그 우두머리가 셰프다. 요식업은 자선사업이 아니므로 맛과 양, 재료 단가와 기타 비용의 네 좌표가 최적의 지점에서 만나도록 전략을 짜는 것이 셰프의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셰프는 한편으로 사업가고, 재료의 질은 가격이 정하는 맥락에 놓고 따져보아야 한다. “재료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백종원의 말은 “가격의 엄격한 울타리 안에서 최선의 해법을 찾는다”고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백종원은 좋은 셰프인가. 그래서 백종원의 프랜차이즈들에 들러 여러 메뉴들을 먹어보았다. 고기도 굽고 짬뽕, 수육, 치킨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재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생채소의 품질은 백화점 식품 매장이 가장 좋고 대형 마트, 동네 슈퍼, 시장 순이다. 고기와 함께 먹은 생채소는 대형 마트와 시장 사이 수준이었다. 밥은 공통적으로 오래 묵지 않아 뜨끈하고 밥알이 탱글했다. 국밥 한 그릇에 만 원 가까운, 전통의 노포라는 청진옥 같은 집에서도 풀기 없고 푸석한 밥을 내온다. 그에 비하면 6,000원짜리 돼지국밥에 딸려 나온 밥은 양반이었다.

그다음은 완성도다. 사람, 그것도 전문가의 손을 거친 음식이 갖춰야 할 기본 수준을 의미한다. 탕수육이나 치킨 같은 튀김은 바삭한 동시에 기름에 절지 말아야 하고, 마블링 전혀 없이 살과 비계가 뚜렷하게 나뉜 돼지 다릿살을 삶는 수육은 비계가 적당히 익은 시점에서 살은 과조리로 푸석해지지 않아야 한다. 그 각각의 기본이 잘 살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맛이다. 현재 한식은 발효 장류의 바탕에 폭발하는 매운맛과 단맛을 꽂아 맛을 낸다. 백종원의 한식도 얼개는 똑같지만, 이를 굉장히 세련되고 깔끔하게 다듬었다. 달지만 들척지근하지 않고, 맵지만 아프지는 않다. 깊이는 없지만 굉장히 직관적으로 ‘맛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뒷맛은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다. 양지머리를 얇게 저민 ‘본가’ 우삼겹의 소스나 ‘절구미집’ 수육에 곁들인 무침, ‘씨베리아 치킨’의 고추마늘 치킨 등에서 공통적으로 일관되게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빽다방’ 프랜차이즈의 커피.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프랜차이즈의 기적’인 2,000원짜리 맥카페보다 500원 싸고 더 맛있었다. 공간 빌리는 값을 내고 체면치레로 받는 일반 프랜차이즈와 비교하면, 적당한 두께와 향이 있고 역하지 않은 진짜 커피였다.

혹자는 백종원이 화학조미료를 써 이런 맛을 낸다고 말한다. 화학조미료를 둘러싼 논란은 몇 겹의 문제지만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음식에는 두께 또는 풍성함을 주는 감칠맛이 필요하다. 최근 ‘제5의 맛’으로 공인까지 받았다. 둘째, 이 감칠맛을 6,000원짜리 식당 음식, 특히 국물에 불어넣으려면 화학조미료가 최선이다. 감칠맛의 원천 글루탐산은 고기, 치즈, 버섯, 다시마, 토마토 등에 풍성하다. 이러한 재료를 쓰거나 오래 조리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셋째, MSG는 사탕수수, 사탕 무 등을 코리네박테리움이라는 균으로 발효시켜 만든다. 정확히는 ‘발효조미료’다. 넷째, 조미료는 잘 못 써서 문제다. 정확한 맛의 상호작용을 모르고 대부분 그냥 들이붓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백종원은 조미료를 알고 쓴다. 인터뷰나 책([식당 조리비책])에서도 ‘조미료는 다른 맛의 매개체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레시피를 들춰보면 김치찌개 60-70인분에 40g, 1인 1g도 채 안 되는 양이다. 그나마 집밥 요리책에는 쓰지 않는다. 이만큼의 조미료도 안 쓰고 제대로 감칠맛이 나는 6,000원짜리 식당 음식? 그런 건 소비자의 과욕 속에서나 존재한다. 현실에는 없고, 또 없어야 한다. ‘맛있다’는 표현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캐비어에 푸아그라도, 공장 간장에 설탕도 맛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맥락이고, 현대 사회에서 그 맥락은 가격이 좌지우지한다. 백종원은 자신의 맥락 안에서 맛을 잘 낸다. 그만큼 알고 있다는 게 맛에 보인다. 따라서 방송에 등장하는 그 어떤 고급 양식 셰프보다 그가 더 셰프다. 애초에 논란거리조차 아니었다.

이용재(음식평론가)
남의 나라 대학원까지 가서 건축을 공부했다. 직장생활도 몇 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음식에 대한 글을 쓰고 옮긴다. 맛없다고 비판을 많이 해서 ‘모두 까기’라고 원성이 자자하다. 주로 혼자 먹는다.

교정. 김영진

CREDIT 글 | 이용재(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