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유어 달링>,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어른 세계

2014.10.16 페이스북 트위터



상품 설명

“너는 마법사란다, 해리.” 아이에게 이 말은 너의 인생뿐 아니라 이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천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해리 포터가 그러했듯, 2000년대가 배출해낸 가장 유명한 소년을 연기한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마법처럼 자신의 운명과 함께 전 세계를 조금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거나, <해리 포터>의 설정에 기초한 테마파크가 탄생했다거나 하는 소식은 사실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일궈낸 가장 큰 기적은 작은 아이가 자라서 마법사가 되는 여정을 통해, 뽀얀 꼬마가 어엿한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경이로운 체험에 있다. 첫 영화에서 아이는 초반에 비해 마지막 장면에서 키가 더 자라 있었고, 여덟 번째 영화가 끝날 때 스크린 위에는 10년 동안 몰입과 책임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며 달려온 믿음직한 남자가 남아 있었다.

세상은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사랑하는 만큼 그를 걱정했다. 어른이 된 마법소년이 드디어 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마법의 굴레를 벗은 배우가 새 단락의 첫머리에 제 이름을 써넣기를 바라는 마음은 종종 불길한 짐작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해리 포터>들 사이의 알토란 같은 방학을 누구보다 알차게 활용하는 영특한 소년이었다. <디셈버 보이즈>를 촬영할 때는 자연스러운 호주 억양을 구사하기 위해 수개월간 연습에 매진했고, 미성년의 전라 연기로 논란이 된 <에쿠우스>를 공연할 때는 무대를 장악할 수 있는 자신의 역량을 시험했다. 심지어 불투명한 공포를 아이가 아닌 채 마주하는 <우먼 인 블랙>은 환상의 시선은 견지하되 어른의 시점으로 입장을 옮기는 워밍업으로서 탁월한 선택이기도 했다. 물론, 거대한 산을 넘은 후의 여정은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렵고 여전히 사람들은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시간을 ‘포스트 해리 포터’의 시절로 생각한다. 그러나 뮤지컬과 연극에서부터 일종의 전형성을 소화해낸 <왓 이프>, 보다 강렬하고 남성적인 판타지를 구현한 <혼스>, 아웃사이더에 대한 상징적인 텍스트인 <프랑켄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이 배우가 왕성하고도 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용기와 섬세함, 새로운 배우들과의 화학작용까지 자신을 향한 의구심의 대부분에 대한 답변서처럼 보이는 <킬 유어 달링>은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자신의 20대에 보여주는 열렬한 환영 인사다. 여전히 작고 순진한 소년은 이상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상처를 받으며 그 시절을 관통한다. 하지만 쓸쓸하고도 반갑게도, 이것은 분명한 어른의 이야기다. 그리고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이제 그 세계에 썩 잘 어울려 보인다.

성분 표시
해리 포터 52%
“올빼미를 갖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조금 해리 포터와 비슷하다”고 자평하던 어린이는 자신의 예상과 달리 단박에 해리 포터, 그 자체가 되었다.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하고 겨우 세 번째 작품으로 주연을 맡았으니 운이 좋았던 것이기도 하지만, 욕조에 앉아서 아빠로부터 캐스팅 소식을 듣고는 울어버렸다고 하니 어린 나이에도 간절함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10년 동안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성장은 시리즈를 통해 촉발되거나 방해받았으며, 중계되기도 했다. 운동장애 증상을 극복한 것은 물론,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를 찍으면서는 현장 스태프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사춘기를 지나면서는 카메라 뒤에서 알콜의존증으로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겪는 동안 그는 한결같이 세계인의 해리였다.

작은 키 24%
당초 애니메이션 제작이 고려될 정도로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어린 배우들의 성장은 심각하고도 중요한 문제였다. 특히 주인공인 해리 포터는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동그란 안경이 어울리는 소년의 얼굴이어야만 했다. 그런 제작진의 염원이 지나쳤는지, 스무 살이 넘은 뒤에도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키는 좀처럼 자라지 않았고 그는 현재 165cm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위축되기는커녕 드라마 <젊은 의사의 노트>에서 자신의 왜소함을 유머의 코드로 전면 활용하거나 <왓 이프>에서 유난히 크고 마른 아담 드라이버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자신의 신체를 그저 개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큰마음 24%
학창생활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리 없을 뿐 아니라, 이미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독서광으로도 유명하다. <젊은 의사의 노트>에 캐스팅되었을 때는 이미 원작자인 미하엘 불가코프의 팬임을 밝힌 바 있으며, 역사와 인문학에도 큰 흥미를 보인다. 일본어를 공부 중이며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 “토키도키(때때로)”를 꼽기도 했다.


취급 주의
‘록부심’의 소유자임
라디오헤드부터 악틱몽키스까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질문하면,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수많은 영국 밴드들의 리스트를 나열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섬세한 코멘트를 작성하거나 직접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는 등 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감추지 않는다.


차가운 영국 ‘록빠’, 내 팬들에게는 따뜻하겠지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주는 일에 거리낌이 없다. < SNL >에 출연하거나 코믹콘에 스파이더맨 차림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우먼 인 블랙> 개봉 당시에는 한국 팬들을 위해 몸소 “뿌잉뿌잉” 애교를 시전하기도 했다.


교정. 김영진


CREDIT 글 | 윤희성(칼럼니스트)
디자인 | 전유림